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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외세가 몰고온 불행…꿋꿋한 민중의 발견

등록 2010-02-24 18:14

영화 <하얀 아오자이>
영화 <하얀 아오자이>
베트남 영화 ‘하얀 아오자이’




베트남 영화가 처음으로 상륙했다. 사상 최대의 제작비 100만달러가 들었다는 <하얀 아오자이>. 19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20여년에 걸친 꼽추 집안 가족사다.

꼽추 구는 하동 대감집 하인. 민란 와중에 마을 처녀 단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호이안으로 이주한 이들은 투본 강가에 정착해 네 자매를 낳는다. 땅도 돈도 없는 이들의 유일한 소득원은 강에서 나는 재첩. 산입에 거미줄 치랴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가욋돈이 들게 된다. 교복 삼아 아오자이를 입어야 했던 것. 단은 부잣집 영감한테 애한테 먹일 젖을 팔고 구한테서 받은 아오자이를 고쳐 딸의 옷을 해준다. “오래 전에 엄마가 입었던 옷이야. 딱 한 번 입었지만 내게 행복을 가져다줬단다. 네게 물려줄 수 있는 건 이 옷밖에 없단다. 늘 깨끗하게 입고 단아하게 행동해야 한다.” 구의 아오자이는 핏덩이로 버려질 때의 강보.

그동안 베트남 땅에는 프랑스, 미국이 잇따라 들어왔다. 꼭두각시 권력과 부자가 출몰했을 터지만 베트남 민중으로 상징되는 꼽추 가족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뿐인가. 구는 베트민으로 몰려 매를 맞고, 단은 베트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한다. 첫딸 안은 ‘하얀 아오자이’라는 작문을 발표하다가 느닷없는 폭탄에 죽고 만다.

영화는 외세가 가져온 불행 속에도 토착 아오자이는 변함없다는 얘기다. “우리들 가난에는 부끄럼이 없다”는 자부심. 외세는 “바로 너”라는 지칭 없이 피난 행렬과 폭탄의 뒤쪽에 있을 뿐이다. 물론 앞잡이 군대를 보낸 한국도 없다. 객석의 한국인이 그걸 눈치채건 말건. 25일 개봉. 15살 이상 관람가.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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