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작으로 일 영화제 초청 구혜선 인터뷰
"그냥 이전 그대로 배우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죠. 하지만 내게 충실하고 싶었어요. 내 삶을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잖아요."
여배우로서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26살의 구혜선에게 지난 1년은 변신의 연속이었다.
2008년 촬영해 놓은 단편 영화 데뷔작이 빛을 봤으며 내친김에 장편 영화 '요술'을 연출하며 사람들의 머릿속에 '감독 구혜선'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그뿐만 아니다. 소설 '탱고'를 출간하며 소설가가 됐으며 발표회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곡가라는 명함을 추가해 넣었다.
마침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며 배우로서 한창 이름을 날리던 게 1년 전의 상황. 감독 변신의 부담감 없이 그저 '잘 나가는' 연기자로만 생활했어도 잃을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단편 연출데뷔작 '유쾌한 도우미'를 가지고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 중인 구혜선에게 '신인 감독'으로서 솔직한 포부를 들었다.
그는 "영화라는 게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 연출을 하게 됐다"고 감독 변신의 계기를 밝혔다. --유바리 영화제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 ▲마을 전체가 동네 잔치를 하는 분위기라서 친근하고 정이 간다. 영화제에 오기 전에는 어려운 자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축제 분위기를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요술'의 촬영은 잘 마무리 됐나. ▲21일 크랭크업 해 25일 영화제에 왔으니 촬영 끝나고 바로 일본에 온 셈이다. 조금 머리를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영화제에 참석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편집을 시작해야 하니 쉬고는 있지만 머리가 복잡하다. 아직 머릿속에 촬영의 잔상이 남아있다. 어떤 장면을 어떤 식으로 편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밤에 잠이 안오기도 한다. --배우 이외에도 감독, 소설가, 작곡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 중독인 것 같다.(웃음) '유쾌한 도우미'도 사실은 드라마 '최강칠우'에서 연기하던 중 잠시 짬을 내 3일간 촬영한 것이다. 소설도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면서 쓴 것이다. 쉴 틈 없이 바쁜 게 좋다. 나는 일을 계속 해야 즐겁게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일 없이 쉬기만 하면 왠지 사회에 쓸모 없는 인간이 되는 느낌이다. 잡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스타배우 출신의 감독으로서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 것 같다. 일단 배우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감독보다 더 낫지 않겠나. 촬영 현장에서 배우 출신이라는 편견 같은 것은 없었다. 스태프들 모두 반갑게 맞아줬고 배우들도 감독으로서의 나를 존중해줬다. 배우 구혜선에 대해 모두들 잘 알고 있으니 스태프들과 친해지는 데에는 오히려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20~21살 쯤 처음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는 그저 카메라 앞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던 것 같다. 생각 없이 연기를 한 셈이다. 이후 현장에 계속 있다보니까 대본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메라 앞에서 여러 감독들을 경험하고 또 연기를 하면서 현장을 공부하다가 연출 욕심이 생긴 것이다. --단편 제작비가 5천만원으로, 다른 단편 영화들에 비하면 액수가 큰 편이다. ▲일단 영화를 만들자고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더라. 세트도 만들어야 했고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으로 찍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집을 팔아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중 소속사의 양(현석)사장님에게 상의했고 양사장님이 나를 믿고 도와주기로 해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우로서도 전성기이다. 감독 데뷔라는 위험을 안지 않고도 연기자로서 만족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모험 없이 이전 그대로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 충실하고 싶었다. 내 인생을 남이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겁 없이 저지르게 됐다. 영화라는 게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지 않나. 내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욕구에 충실한 것이다 --20대 중반의 여성 감독이 장편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은 한국 영화계에서 극히 드문 일이다. 스타 배우 출신이라서 남들보다 쉽게 감독 데뷔를 한다는 편견도 있을 듯하다. ▲그런 안 좋은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연출을 하고 싶은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왔다. 남들보다 감독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짧다고 해서 좋은 기회를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배우출신이라는 것이 부담이라고 팬들에게 "내가 배우였던 것은 모두 잊어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패리스 힐튼에게 왜 부자로 태어났느냐고 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입장에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나. 또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눈으로 즐기는 영화, 미장센이 좋은 영화가 좋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공포영화 '렛미인'도 참 좋았다. 뻔한 내용인 듯 하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얼마 전 촬영을 끝낸 '요술'도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흔치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라는 게 30대나 40대, 50대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가 하면 10대 고등학생이나 나 같은 2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내 또래의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유바리=연합뉴스)
그는 "영화라는 게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 연출을 하게 됐다"고 감독 변신의 계기를 밝혔다. --유바리 영화제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 ▲마을 전체가 동네 잔치를 하는 분위기라서 친근하고 정이 간다. 영화제에 오기 전에는 어려운 자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축제 분위기를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요술'의 촬영은 잘 마무리 됐나. ▲21일 크랭크업 해 25일 영화제에 왔으니 촬영 끝나고 바로 일본에 온 셈이다. 조금 머리를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영화제에 참석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편집을 시작해야 하니 쉬고는 있지만 머리가 복잡하다. 아직 머릿속에 촬영의 잔상이 남아있다. 어떤 장면을 어떤 식으로 편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밤에 잠이 안오기도 한다. --배우 이외에도 감독, 소설가, 작곡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 중독인 것 같다.(웃음) '유쾌한 도우미'도 사실은 드라마 '최강칠우'에서 연기하던 중 잠시 짬을 내 3일간 촬영한 것이다. 소설도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면서 쓴 것이다. 쉴 틈 없이 바쁜 게 좋다. 나는 일을 계속 해야 즐겁게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일 없이 쉬기만 하면 왠지 사회에 쓸모 없는 인간이 되는 느낌이다. 잡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스타배우 출신의 감독으로서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 것 같다. 일단 배우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감독보다 더 낫지 않겠나. 촬영 현장에서 배우 출신이라는 편견 같은 것은 없었다. 스태프들 모두 반갑게 맞아줬고 배우들도 감독으로서의 나를 존중해줬다. 배우 구혜선에 대해 모두들 잘 알고 있으니 스태프들과 친해지는 데에는 오히려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20~21살 쯤 처음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는 그저 카메라 앞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던 것 같다. 생각 없이 연기를 한 셈이다. 이후 현장에 계속 있다보니까 대본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메라 앞에서 여러 감독들을 경험하고 또 연기를 하면서 현장을 공부하다가 연출 욕심이 생긴 것이다. --단편 제작비가 5천만원으로, 다른 단편 영화들에 비하면 액수가 큰 편이다. ▲일단 영화를 만들자고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더라. 세트도 만들어야 했고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으로 찍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집을 팔아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중 소속사의 양(현석)사장님에게 상의했고 양사장님이 나를 믿고 도와주기로 해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우로서도 전성기이다. 감독 데뷔라는 위험을 안지 않고도 연기자로서 만족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모험 없이 이전 그대로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 충실하고 싶었다. 내 인생을 남이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겁 없이 저지르게 됐다. 영화라는 게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지 않나. 내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욕구에 충실한 것이다 --20대 중반의 여성 감독이 장편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은 한국 영화계에서 극히 드문 일이다. 스타 배우 출신이라서 남들보다 쉽게 감독 데뷔를 한다는 편견도 있을 듯하다. ▲그런 안 좋은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연출을 하고 싶은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왔다. 남들보다 감독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짧다고 해서 좋은 기회를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배우출신이라는 것이 부담이라고 팬들에게 "내가 배우였던 것은 모두 잊어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패리스 힐튼에게 왜 부자로 태어났느냐고 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입장에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나. 또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눈으로 즐기는 영화, 미장센이 좋은 영화가 좋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공포영화 '렛미인'도 참 좋았다. 뻔한 내용인 듯 하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얼마 전 촬영을 끝낸 '요술'도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흔치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라는 게 30대나 40대, 50대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가 하면 10대 고등학생이나 나 같은 2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내 또래의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유바리=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