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크>
하비 밀크 생애 다룬 ‘밀크’ 개봉
사랑에도 정치가 필요한가? 미국의 동성애 인권운동가 하비 밀크(1930~1978)의 마지막 8년을 그린 영화 <밀크>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다. 뉴욕의 평범한 증권맨으로 살던 하비 밀크(숀 펜)는 40살 생일을 맞아 동성애인인 스콧 스미스(제임스 프랑코)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다. 껍데기 삶을 던져버리고 진짜배기 ‘나’를 살기 위해. 카스트로 구역에 ‘카스트로 카메라’라는 작은 카메라 가게를 차린 두 사람은 주변의 편견에 부닥치지만 특유의 쾌활함으로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의 중심이 된다. 동성애자가 핍박당할 때 동료들을 긁어모아 시위를 벌임으로써 카스트로 구역을 잠깐의 해방구로 만들었을 뿐 그곳을 벗어나면 경찰의 곤봉 세례는 물론 일반인들의 차별과 냉대는 변하지 않는다. 법이 문제였던 것. 그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선거 공간에서 합법적으로 소수자의 목소리를 널리 전하기 위한 것. 세번의 도전 끝에 당당히 시 의회에 진출한 그는 게이 인권 조례를 발의해 입법화하고, 세인트폴, 위치타, 유진 등의 지역에서 게이 인권 조례를 폐지하려는 로비를 좌절시킨다. 그는 게이와 그 지지자들을 공립학교와 직장에서 몰아내려는 캘리포니아 주 차원의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낸다. 미운털이 박힌 그는 마초 시의원 댄 화이트에 의해 암살된다. 그의 죽음을 애도해서 수천 명이 밝힌 촛불 행렬은 효순·미선 추모집회,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등 가슴 떨리는 기억을 상기시킨다. 삶에 심드렁한 마흔 살, ‘그들만의 리그’가 된 한국 정치판에 신선한 경종이다. 약간의 콧소리에다 부드럽게 굴리는 목소리의 숀 펜이 보여주는 신들린 연기가 하비 밀크를 완벽 재현했다는 평가다. 25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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