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하트>
<크레이지 하트>는 현대판 서부영화. 어느 날 주정뱅이가 마을에 들어온다. 그는 카우보이가 아니라 네 번 이혼한 적이 있는 컨트리 가수이자 송라이터. 한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기타 하나에 간단한 앰프를 밴에 싣고 지방 술집, 볼링장을 전전하는 퇴물이다. 그의 전력을 아는 지방 신문사 여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해오면서 이들의 어설픈 사랑이 시작된다. 퇴물 가수는 서부영화의 전설적인 총잡이와 등가. 기타는 총이고 밴은 말이고, 그가 머무는 모텔은 여인숙이다. 그를 찾아온 이혼 경력이 있는 여기자는 사랑의 아픔을 아는 술집 여인의 변용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일대일 대응이 되면 재미없는 일. 게다가 복잡다단한 현대가 총 한 자루에 운명을 건 서부 개척시대와 같을쏜가. 쪼아대는 에이전트의 등쌀에 못 이겨 퇴물 가객은 자기가 가르친 후배 가수의 오프닝 무대에 서야 하고 콘서트 뒤쪽에서 ‘쪼잔하게’ 자신의 시디를 팔아야 한다. 총잡이 아닌 가객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 영화는 복고적인 분위기에다 현대판 양념을 마음껏 칠 수 있게 된다. 말을 타고 추격하거나, 총구에서 화약 연기가 폴폴 날 때의 ‘잔자라잔잔~’ 배경음이 <크레이지 하트>에서는 콘서트의 쿵광쿵쾅 공연과 관객들의 열광음으로 대치되고, 만들어진 세트장이 분명해 보이는 말똥소똥 마을은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휘황찬란 놀이공원이 돼 있다. 또 악당의 가슴팍을 향한 따다당 총성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기타음으로 치환돼 있다. 하지만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랑과 술. “여기는 지친 자 쉴 곳 아니네. 마음을 줄 곳 아니네. 주저앉을 곳도 아니네. 찢긴 가슴 부여안고 다시 한번 일어서야 하네.” 컨트리 송 <더 위어리 카인드>의 흥얼거림이 컴컴한 데 혼자 앉은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제프 브리지스의 퇴물 가수 연기에서 묻어나는 관록과 싱글맘 여기자 매기 질런홀한테서 우러나오는 쉬 부서질 듯한 섬세함이 서로 부닥치면서 짠한 느낌이 배가된다. 15살 이상 관람가. 4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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