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감독의 스크린 마법이 또 한번 펼쳐진다. 팀 버튼은 환상문학의 원조인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음울하면서도 코믹한 주문을 걸었다.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의 모험담은 팀 버튼 특유의 기이한 색깔을 가진 ‘히로인 무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다시 태어났다. 히어로 그래픽 노블의 대명사 <배트맨>마저 판타지로 물들여 버리던 그의 마술이 제대로 상대를 만난 셈이다. 2디(D)로 찍어 3디로 전환했지만, 애초부터 3디로 촬영한 작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이 7번째 함께한 작품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뮬란> 등의 시나리오 작가 린다 울버턴이 쓴 이야기는 다 커버린 앨리스가 다시 토끼굴에 빠져 우여곡절 끝에 고문서에 적힌 대로 붉은 여왕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서사보다는 캐릭터의 힘으로 밀어붙인다. 이야기가 밋밋한 약점을 풍성한 캐릭터로 채운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영화를 미리 들여다보자.
톡 쏘는 당돌 처녀 앨리스
■ 미아 바시코브스카 19살 앨리스는 코르셋을 안 했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머리에 생선 꽂는 게 유행이면 그것도 따라 해요?”라며 쏘아붙이는 당돌함과 독립성을 지녔다. 애스콧 경 부부의 멍청한 아들 해미쉬에게 청혼을 받고 망설이던 차에 하얀 토끼를 따라 토끼굴에 빠진다. 앨리스는 자신이 ‘좋마운(좋고 고마운) 날’에 ‘날뜩한 칼’을 가지고 ‘재버워크’를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소심하고 수줍던 앨리스는 자신감 넘치고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 간다.
‘으쓱쿵짝’ 춤추는 모자장수
■ 조니 뎁 모자 만들 때 접착제로 쓰는 수은으로 인해 직업병인 수은 중독에 걸려서 정신이 온전치 않다. 오렌지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를 지녔지만 기분에 따라 얼굴과 옷차림이 조금씩 변한다. 앨리스가 돌아오길 초조히 기다렸던 그는 목숨을 걸고 앨리스를 지킨다. 기분이 좋을 때 ‘으쓱쿵짝’ 춤을 잘 춘다.
3등신 독재자 붉은 여왕
■ 헬레나 보넘 카터 언더랜드의 독재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의 여왕과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을 합쳐놓은 캐릭터. 거대한 머리가 특징. 말을 길게 하지 않는데, 극단적으로 작은 입술로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저놈의 목을 쳐라”다. 붉은 여왕 역의 헬레나 보넘 카터는 팀 버튼 감독의 부인이다.
복수심 칼 숨긴 하얀 여왕
■ 앤 해서웨이 언니인 붉은 여왕에게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언니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본래 어둠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내면 깊숙이 감추고 있다. 상냥하고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걸을 때도 발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스르륵 움직인다.
버릴 게 없는 별별 캐릭터
■ 그밖의 캐릭터들 늘 말다툼을 벌이는 뚱보 형제
트위들디,
트위들덤, 앨리스를 언더랜드로 데려오는
하얀 토끼 맥 트위스프, 모든 것을 아는 지혜로운 애벌레
압솔렘, 마음대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체셔 고양이, 펜싱 칼을 휘두르는
겨울잠 쥐 말리엄컨, 어쩔 수 없이 붉은 여왕에게 협조하는
사냥개 베이야드, 붉은 여왕의 사나운 주구
밴더스내치, 앨리스와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
재버워크 등. 4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소니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