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 디 에어〉
‘인디에어’ 중년의 깨우침 그려
대신 사랑 고백을 해주는 직업이 있으니 해고를 대신해주는 직업이 없지는 않겠다. <인 디 에어>는 세계적인 불황, 조각 같은 미남배우 조지 클루니, 비행기 여행이 삼각 구도로 이뤄진 영화. 주인공 라이언 빙엄(조지 클루니)은 눈물과 분노, 앙심과 보복 등 구질구질함(?) 없이 쿨하고 인간적이고 품위 있는 해고를 모토로 하는 이른바 해고전문가. 한해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텁텁한 기내 공기와 싸구려 기내식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그러하니 나름의 철학이 없을 수 없다. “여기 당신의 배낭이 있습니다. 가진 걸 모두 넣으세요. 옷, 전자기기, 램프, 시트, 텔레비전… 점점 무거워지죠? 소파와 침대, 식탁… 차와 집도 다 넣으세요. 이제 배낭을 메고 걸어보세요. 힘들죠? 그게 일상입니다.” 그의 휴대품은 중간 크기의 끌가방. 그 안에 인연도 추억도 없이 오로지 용도로써 최소화, 최적화한 내용물이 들어 있다. 여행을 위해 넣거나 머물기 위해 빼어 정리하는 데 불과 몇 분이면 오케이. 비행기 안 옆 좌석, 호텔 라운지에서 누군가가 고향을 묻는다면 “여기 이 자리”라고 대답할 위인. 이에 더해 주인공은 어려서 할머니가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은 혼자 죽는다는 걸 깨닫고 친척 친구들과 관계를 끊고 쿨하게(?) 지낸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마일리지 천만마일을 쌓아 기내 특별서비스를 받는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 이쯤에서 주인공의 처지가 드러나지 않는가. 미남에다, 전문직에다, 날이면 날마다 비행기 여행을 하는 쿨한 삶을 살지만 알고 보면 악마적인 역할에다 부평초처럼 떠돌고 숫자 자체를 목표로 하는 이상한 삶이다. 특이해 보이지만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언 빙엄은 자기와 똑같은 삶을 사는 ‘여자 라이언’을 만나고, 온라인 해고 시스템이 도입되어 자신이 해고 위기에 놓이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아카데미상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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