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부부의 오스카상 쟁탈전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전 부인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8일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허트 로커>의 비글로 감독 뒤에 앉은 <아바타>의 캐머런 감독이 <허트 로커>가 음향상을 수상하자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라크전 다룬 ‘허트 로커’로
여성 첫 아카데미 감독상
‘아바타’ 누르고 작품상까지
여성 첫 아카데미 감독상
‘아바타’ 누르고 작품상까지
이혼한 부부 감독끼리의 각축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대결은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완패로 끝났다.
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라크 전쟁을 다룬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저예산 영화 <허트 로커>가 감독상과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전세계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촬영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감독상을 받은 비글로 감독은 캐머런 감독의 전 부인이다. 오스카상 역사 82년 만에 여성이 오스카상 감독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트 로커>는 이라크 전쟁터에서 위험한 폭탄 제거 업무를 수행하는 윌리엄 제임스 상사를 통해, 전쟁에 중독된 남자들의 세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비글로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걸고 군복무를 하고 있는 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며 “그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우주연상은 실패한 컨트리음악 가수의 쓸쓸한 일상을 담은 음악영화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가 받았고, 여우주연상은 입양한 자식을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로 만든 내용의 실화를 영화화한 <블라인드 사이드>의 샌드라 불럭이 받았다. 또 남우조연상은 틴 타란티노 감독이 나치 치하 프랑스를 무대로 만든 역사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인상적인 악역을 펼친 크리스토프 발츠가, 여우조연상은 비만 흑인 소녀의 성장담을 다룬 소설을 각색한 <프레셔스>의 모니크가 받았다. <프레셔스>는 각색상도 받았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주민들의 위협을 뚫고 일본 돌고래 산업의 비밀을 파헤친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에 돌아갔다. 픽사애니메이션의 <업>은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주제가상은 <크레이지 하트>가, 외국어영화상은 아르헨티나의 <더 시크릿 인 데어 아이스>가 받았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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