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 수상에 그치자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 촬영상과 시각효과상, 미술상을 받아 3디(D) 혁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서는 캐머런 감독의 전 부인 캐스린 비글로(가운데 사진) 감독의 <허트 로커>에게 영광을 넘겨줘야 했다.
‘허트 로커’ 평단 열렬 지지…최대 흥행 ‘아바타’에 KO승
제프 브리지스와 샌드라 불럭 생애 첫 남녀주연상 한풀이
<아바타>와 <허트 로커>의 작품상·감독상 대결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이들이 한때 부부였다는 사실 말고도 여럿 있다. 두 영화의 대결은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와 저예산 영화의 대결이기도 했고, 최대 흥행을 기록한 영화와 흥행에 실패한 예술 영화의 대결이기도 했다. 흥행에서는 성공했지만 평단의 찬반이 엇갈렸던 <아바타>와 달리 <허트 로커>는 흥행은 실패했지만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할리우드 도박사들도 <허트 로커>가 <아바타>보다 작품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점쳤다. 해마다 오스카상의 향방을 점치는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상의 경우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 등을 <아바타>에 몰아준 바 있다. 아카데미가 <허트 로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작품성을 중시하는 최근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네차례 후보에 오른 끝에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 여우주연상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 샌드라 불럭. AP연합뉴스
<아바타>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 실패는 ‘에스에프 영화는 오스카와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아바타> 이전에 작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에스에프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시계태엽 오렌지>, 에스에프 영화의 신기원을 연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전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 세편에 불과하다. 이 중에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한 편도 없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왼쪽)는 1971년 <라스트 픽처스>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모두 네차례 남우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 이번 수상으로 40년만에 오스카의 한을 푼 셈이다. <블라인드 사이드>로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불럭(오른쪽)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가족을 잃고 집도 없는 10대 소년을 입양해 미식축구 스타로 키워내는 리 앤 역을 연기했다. 블럭은 지난 6일, 최악의 영화를 뽑는 30회 골든라즈베리상 시상식에서 영화 <올 어바웃 스티브>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샌드라 불럭이 상을 받자 일부에서는 스타 기근 현상을 보인 올해 시상식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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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
작품상 <허트 로커> 감독상 캐스린 비글로(허트 로커) 남우주연상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 여우주연상 샌드라 불록(블라인드 사이드) 남우조연상 크리스토프 왈츠(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여우조연상 모니크(프레셔스) 촬영상 모로 피오레(아바타) 편집상 밥 무라우스키, 크리스 이니스(허트 로커) 각본상 마크 보울(허트 로커) 각색상 지오프리 플렛처(프레셔스) 작곡상 마이클 지아키노(업) 장편애니메이션상 <업> 주제가상 티본 버넷, 라이언 빙햄(크레이지 하트) 단편애니메이션상 <로고라마> 단편다큐멘터리상<뮤직 바이 프루던스> 단편영화작품상 <더 뉴 테넌츠> 분장상 바니 버먼 등(스타 트렉 : 더 비기닝) 미술상 릭 카터 등(아바타) 의상상 샌디 파월(영 빅토리아) 음향효과상 폴 엔 제이 오토슨(허트 로커) 음향상 크리스토퍼 보이즈 등(허트 로커) 시각효과상 조 레터리 등(아바타) 장편다큐멘터리상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 외국어 영화상 아르헨티나 <더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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