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셔터 아일랜드’
디캐프리오 주연 ‘셔터 아일랜드’
<셔터아일랜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네번째 짝을 이뤄 만든 스릴러. 미국 동부 보스턴 앞바다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원이 배경이다. 거기는 중범죄 정신병자를 격리수용하는 곳.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여성 죄수의 실종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다. 여성 죄수는 이상한 쪽지를 남긴 채 증발했고 병원 직원들은 입을 맞춘 듯 딴청이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시대 배경인 1954년이 열쇠가 된다. 그해는 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쟁이 마무리되어 많은 귀향 군인들이 정착할 무렵이다. 전쟁 중 이들은 아우슈비츠, 다카우 등 유태인 수용소에서 끔찍한 살육의 뒤안을 목격하고 지울 수 없는 심리적 상처를 입는다. 이어 참전한 한국전쟁은 수많은 전우를 잃은 채 원위치로 돌아온 ‘시시포스의 전장’이었다.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귀향 병사들이 맞닥뜨린 것은 남성의 부재로 흐트러진 가정. 주인공은 제대군인에서 연방보안관으로 전직한 문제적 개인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역시 문제적 인물. 2000년대 이후 <갱스 오브 뉴욕>(2002), <에비에이터>(2004), <디파티드>(2006) 등 임팩트 강한 작품을 잇따라 선보인 그가 두 차례 전쟁이 쓸고 지나간 다음 미국인들이 놓인 황폐한 뒤안에 주목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한국에 대한 감독의 남다른 관심도 영화에 반영돼 있다. 박찬욱, 홍상수, 박찬옥, 김기덕 감독 등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팬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백남준의 <존 케이지에 바치는 헌사>(1959)를 배경음악의 하나로 썼다. <타이타닉>(1997)에서 꽃미남으로 각인된 디캐프리오가 내상 입은 중년 제대군인으로 망가지는 모습이 처연하다. 데니스 러헤인의 원작 소설은 <살인자들의 섬>으로 번역 소개됐다. 1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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