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이브레이커스’
영화 ‘데이브레이커스’
<데이브레이커스>는 기존 뱀파이어 영화와 좀 다르다. 2019년 개체수에서 뱀파이어가 인간을 능가해 관계가 역전됐다는 가정이다. 야생인간은 5%뿐. 영화는 그러면서 생기는 인간피 부족, 즉 ‘식량난’ 문제를 다룬다. 사회는 혈액 위주로 재편돼 혈액공급 회사가 곧 정부다. 대부분의 피는 묶인 채 쓸개즙을 빨리는 곰처럼 ‘사육인간’을 통해 공급된다. 맛없는 피마저 모자라자 각종 음식, 예컨대 ‘블러드 커피’ 속 피의 함량이 대폭 줄어들고 야생에서 채취한 신선한 피는 특권층·고위층 및 그들의 사병으로 전락한 군대한테 포도주처럼 주어지는 보너스다. 경제 능력이 없는 하층민은 뱀파이어를 공격해 오염된 피를 마시는 공격적인 변종 ‘서브사이더’로 바뀐다. 사회는 폭동 직전. 정부는 서브사이더 사냥에 나서는 한편 대체혈액 개발에 나선다. 영화는 뱀파이어가 있다고 치고 출발하지만 얘긴즉슨 그럴 법하다. 한쪽에서는 살빼기 운동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굶어죽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이 유전자 조작 종자로 키운 곡물과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광우병 쇠고기를 공급하는 현실과 흡사하다. 그런 식품을 섭취한 인간이 어느 순간 이 영화의 서브사이더처럼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선 호크가 착한 뱀파이어 혈액연구원, 샘 닐이 피도 눈물도 없는 그 회사 사장으로 나온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어도 한편에서 희망의 꽃이 피지 않겠는가. 꿈꾸는 사람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인간다운 삶으로 가는 열쇠도 있지 않겠는가. 1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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