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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몹쓸 어른들…부자나라 ‘막장 윤리’

등록 2010-03-18 14:16

관광객 성노리개 된 타이 아동 인권 고발
‘살아있는 아이 장기매매’ 충격 현실 담아
영화 ‘어둠의 아이들’

“도쿄와 방콕은 20㎝ 거리다.”

타이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와 장기매매 실태를 다룬 영화 <어둠의 아이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다. 현장을 포착하려는 일본 신문사 기자 난부(에구치 요스케), 사진기자 요다(쓰마부키 사토시)가 “지도로써 보면 도쿄와 일본은 멀지 않은 곳”이라며 일선 취재 현장에 머물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영화는 본 대로 보도하겠다는 두 일본 기자와 느낀 대로 행동하겠다는 일본인 엔지오활동가 게이코(미야자키 아오이)의 시선을 좇아 충격적인 사실들을 담고 있다. 심장병을 앓는 일본 어린이가 타이에 와서 살아 있는 그곳 어린이한테서 떼어낸 심장을 이식받는다는 것. 심장을 빼앗긴 어린이는 매음굴에 팔려와 돈푼깨나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아이라는 것 등등.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재일동포 양석일씨의 동명 소설을 뼈대로 제작진의 취재와 조사를 보탠 영화는 두 시간 넘는 상영시간 내내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서울과 방콕의 거리 역시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처음 7개 관에서 개봉됐다가 130여개 관으로 확대 상영되고 나서 첫 외국 상영지로 서울이 결정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가난한 농촌 또는 도시 빈민가에서 팔려온 타이 아동들은 일종의 천연자원. 석유나 주석처럼 장기로 해체되거나 성상품으로 1차 가공되어 더 앞선 자본주의 나라 고객한테 팔린다. 남는 것은 시신 또는 에이즈 부스럼덩이. 그것과 바꾼 돈은 매판 마피아의 수중으로 넘어가 그들과 거기에 기생하는 부패 관리의 배를 불린다. 돈이 부국에서 빈국으로 흘러들어 더러워지듯이 윤리 역시 비슷하게 흘러내려 더러워진다. 자국에서 감히 꿈꾸지 못했던 아동성애가 빈국에서 대상을 만나 실체가 드러나는 것. 그 점에서 영화는 ‘도쿄에서 방콕까지 20㎝’인지 모르지만 ‘방콕에서 도쿄까지는 결코 20㎝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타이 관광청이 촬영을 불허한 이 영화는 현지 프로덕션이 일본 감독과 배우를 고용하는 형식으로 조심스럽게 찍었다. 홍보차 방한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특히 출연한 타이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 세심한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아동 성매매를 인지하고 있는 어린이들 가운데서 선발해 영화의 취지와 자신이 대역임을 납득시킨 뒤 촬영했으며, 성애 장면은 어른과의 신체 접촉 없이 각각 촬영해 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우리와 20㎝ 거리에서 벌어진 부산 덕포동 여중생 납치·성폭행 살해 사건과 겹친다. 재개발지구 빈집에서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슬픔. 아동 성범죄에 노출된 것도, 살아서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가난한 탓. 하지만 죽은 뒤 언론의 시시콜콜 광적인 배려와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으니 아이러니다. 25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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