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리어스 맨’
14번째 영화 ‘시리어스 맨’
코언 형제의 14번째 장편 영화 <시리어스 맨>의 주인공 래리(마이클 스터버그)는 대학 물리학과 교수다. 어느 날 그가 에프학점을 준 한국계 학생이 찾아와 “창피하고, 장학금을 타지 못하게 된다”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항의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학생이 떠나간 자리엔 흰 봉투가 놓여 있다. 래리는 봉투 안에 100달러짜리 지폐 수십장이 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다. 다른 날 그 학생을 다시 불러 왜 봉투를 놓고 갔느냐고 묻자, 학생은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뗀다. 학생의 아버지는 집까지 찾아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되레 협박한다. 물론 이 에피소드는 래리에게 닥친 총체적 난국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마리화나에 빠진 아들, 코 성형 수술 때문에 아빠 지갑에 손대는 딸, 평생을 실업자로 얹혀사는 동생…. 급기야 대학 종신교수직 심사를 앞두고 그를 비난하는 투서가 날아들고, 그는 해답을 얻기 위해 세 명의 랍비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코언 형제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배경으로 1960년대 유대인 사회를 그리고 있다. 도입부를 제외하면 피 한방울 흐르지 않는 얌전한 영화지만, 삶의 부조리함과 불확실성을 변주해온 코언 형제의 주제 의식과 키득키득 웃게 하는 블랙 유머는 여전하다. 다만, 뇌물과 명예훼손 소송으로 대변되는 한국식 후진 문화가 세계적인 천재 감독의 눈에도 걸려들었다는 건 두고두고 찜찜한 일이다. 25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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