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출연한 배우 문성근
‘작은 연못’ 출연한 배우 문성근
‘영화화 프로젝트’ 첫 발설자로 산고 거들어
‘참여 배우’ 낙인 뒤 대가 크지만 “후회 안해”
‘영화화 프로젝트’ 첫 발설자로 산고 거들어
‘참여 배우’ 낙인 뒤 대가 크지만 “후회 안해”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문성근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50명(연인원으로는 142명) 중 한 명에 불과한데 나더러 홍보를 하라니…”라며 난감해했다. 하지만 “아, 뭐 당분간 이런 영화 만들어지기 어려우니까”라며 기꺼이 ‘인터뷰 노동’에 응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그 틈에 내가 막걸리 하나는 확실히 대학로에 퍼뜨렸다”며 “극단(차이무) 애들한테 야, 이거 좋은 거다, 이건 요구르트다, 확실히 선전을 해가지고, 그래서 요즘 애들이 많이 마신다”며 껄껄 웃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최근의 막걸리 대유행이 오지 않았을지는 잘 몰라도, 영화 <작은 연못>(4월15일 개봉, 감독 이상우)이 태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미군에 의한 노근리 주민 학살 사건을 보도한 에이피 통신 최상훈 기자가 퓰리처상을 탄 지 2년가량 지났을까, 에이피 통신을 퇴직한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걸 왜 영화로 만들지 않느냐”는 질책에 가까운 질문을 듣고, 그는 이 얘기를 여기저기에 전했고, 얼마 뒤 노근리프로덕션이 생겼다. 주인공이 따로 없고, 마을 주민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라, 자기 촬영 분량만 찍고 빠져도 됐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이 프로젝트의 최초 발설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소문을 퍼뜨린 것”이라며 “미군이 관계된 비극이 여러 건 있지만, 외국에 제일 많이 알려진 사건인데, 그 사건에 대해 ‘그래 (에이피통신) 기자들 애썼다’ 그러고만 있기가 참 미안했다”고 말했다. 시대의 부름에 대한 문성근식 화답이었다.
상당 기간 배우 문성근에 대한 소식은 스크린 밖에서 더 자주 들려왔다.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도왔지만, 치러야 할 대가는 적지 않았다. 근거 없는 악소문도 돌았고, 영화 출연도 자제해야 했다. 그는 “참여정부 동안에는 뭘 해도 시비의 대상이 될 것 같았다”며 “내가 언론에 비치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영화 출연도) 스스로 안 했다”고 말했다. 떡고물 챙기려고 정치에 참여한다는 의혹을 없애려고 “절대 직업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는데, 결과적으로 영화도 거의 못했으니 이중 처벌을 받은 셈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이젠 좀 해도 되겠다 싶어 이것저것 안 가리고 하자는 건 다 했더니 45일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촬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자의로 할 수 있는 건 연극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시나리오가 안 들어온다는 얘기. “예전부터 현재의 여권을 지지했던 분들은 아무 지장 없이 활동해요. 국민들은 그 단계를 넘어갔다고 생각해요. 지난 정권처럼 민주화 주장했던 분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니까 불이익을 줄 수 없죠. 그런데 지금 여권 분들은 (전 정권을 지지했던 연예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어요.”
그래도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모순 구조를 공부하고, 공부한 걸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영남 분들을 설득”한다면, 우리 정치 풍토도 나아지리라. 안토니오 그람시의 명언처럼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며’, 그는 오늘도 극단 차이무의 연극 무대에 오른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영화 ‘작은 연못’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