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가운 살인자’
새 영화 ‘반가운 살인자’
범죄 고명삼아 웃음 추적
범죄 고명삼아 웃음 추적
살인자가 반갑다고? 그럴 리가 있나? 새 영화 <반가운 살인자>의 답은 “그럴 수 있다”다. 등장인물이 비정상이거나 영화가 웃기거나. 아니면 둘 다일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인물 1: 능력도 체력도 없으면서 성깔 하나는 있어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찌질이’ 형사. 인물 2: 실종상태인데다 고액의 생명보험이 들어 있어 죽어야 값나가는 아빠 겸 남편. 그악한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영화가 무겁지 않고 시종 웃기는 것은 바로 이런 조건 때문이다. 정민(김동욱)은 형사는커녕 백수나 양아치가 더 어울릴 법하고, 잘리면 공무원 시험을 볼 참이니 ‘될 대로 되라’ 주의다. 영석(유오성)은 6억원 생명보험에다 범인 현상금까지 타서 제대로 아빠노릇을 하려 하니 ‘배째라’ 주의다. 당연히 형사보다 더 무모하다. 살인 현장 부근에서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 100%. 금연구역인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 피우는 정민의 모습을 영석이 핸드폰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둘 간의 앙숙관계가 형성된다. 형사가 살인범을 쫓는 게 아니라 찌질한 복수를 위해 ‘꽁파라치’를 쫓는 것. 그러니 두 사람은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정신이상자로 신고될 정도로 이상한 모습이다. 카메라는 살인범의 모습을 슬쩍슬쩍 비출 뿐 연신 두 사람의 행적을 쫓아간다. 그러니 웃길 수밖에. 그렇다고 진짜 살인자가 반갑기야 하겠는가. 여기저기 하도 괴이쩍은 사건들이 잦아 민심이 뒤숭숭하니 한번 웃자고 하는 영화일 터다. 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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