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요나라 이츠카’
한국산 일본영화 ‘사요나라 이츠카’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는 한국산이다. 일본에서 먼저 개봉해 10억엔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괴물>이 거둔 1억3천만엔의 10배에 가까운 액수. 최근 5년간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단연 으뜸이다. 흥행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현지화 전략. <냉정과 열정 사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일본에서 인기 높은 작가 쓰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한국으로 치면 공지영 급. 등장인물은 대부분 일본 배우이고 대사도 일본어다. 남주인공은 <제로 포커스>(원제 제로의 초점), <도쿄 랑데부>에서 호연한 니시지마 히데토시. 여주인공은 일본의 ‘국민적 스타’ 나카야마 미호. 쓰지 히토나리의 아내이기도 하다. 거울 차용한 이분법적 대칭
이재한 감독 특유 솜씨 돋보여
먼저 개봉한 일본에서 ‘대박’ 성공의 한가운데 이재한 감독이 있다. 그의 ‘물건’ 만드는 솜씨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입증된 바 있다. 이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영화 허리쯤에 등장하는 거울 이미지. 해 저물 무렵 창유리 거울에 남자주인공이 25년에 걸쳐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한 장면으로 압축했다. 이 거울을 축으로 영화를 반으로 접으면 전반과 후반의 꼭짓점이 일치한다. 이스턴항공 방콕지사에서 일하던 야망이 넘치는 사원 유타카(니시지마 히데토시)는 도쿄 본사의 사장이 돼 있고, 유타카를 유혹하던 팜파탈 도코(나카야마 미호)는 50대 여인으로 방콕에서 옛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 출세를 위해 사랑을 버렸던 유타카가 방콕을 다시 찾으면서 25년 동안 유지해온 가정의 균형이 깨진다. 그것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인이다. 두번째 거울은 영화의 끝 무렵에 등장한다. 도코의 환영과 마주한 유타카. 이들은 거울을 사이에 두고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사랑했을 때는 그 말은 입속에 맴돌았고 말을 해야 한다고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것. 사랑해라는 말에는 그런 회한이 묻어난다. 아들한테서 ‘꿈을 잃은 꼰대’라는 비난을 받은 유타카가 다시 방콕을 찾았을 때 도코는 죽음에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어디 사랑이 시간을 기다려주는가.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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