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영화 ‘사이즈의 문제’
이스라엘 영화 ‘사이즈의 문제’
참 묘한 영화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 야하지도, 안 야하지도 않은 엉뚱한 장면,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하고 가슴 아프면서도 후련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제목 그대로 <사이즈의 문제>를 다룬, 뚱보들의 당당한 사연을 담은 이스라엘 영화다.
영화 속 갈등은 다이어트와 스모를 중심축으로 벌어진다. ‘밥심’을 중시하는 엄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체중계를 기피해온 주인공 헤르젤(이치크 코헨)은 살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고 주변의 구박만 받는다. 다이어트 클럽에 나가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의 눈을 뜨게 한 것은, 한 일식집 티브이로 본 스모 경기 장면이었다. 그곳에는 핍박받는 뚱보 대신, 환호받는 국민영웅들이 있었다. 내친김에 뚱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날씬한 다이어트 트레이너와 대판 다투고 다이어트를 그만둔다. 많은 이들의 환대를 받는 스모 선수가 되기로 한 것이다.
영화의 결론은 충분히 알 만하다. 간난신고 끝에 스모의 불모지에 스모 붐을 일으키고, 당당한 뚱보들로 거듭난다는 것. 결론보다는 과정에서 영화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비만으로 병사한 줄 알았던 헤르젤의 아버지가 발코니 붕괴로 죽었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난처함에 빠져드는 것이 일례다.
‘거짓말’이라는 열쇳말도 영화를 곱씹게 한다. 헤르젤이 뚱뚱하고 예쁜 연인 제하라(이리트 카플란)에게 약속한 스모를 그만두겠다는 거짓말은 또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요소다. 전남편의 거짓말로 이혼하고 큰 상처를 받은 제하라에게 거짓말은 절대악이다. 거짓말로 이별과 재회를 이어가면서 얻은 깨달음은, 결국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살만 안 쪘어도” 취업하고 연애하고 돈 많이 벌고 성공했을 텐데라는 가정법은 결국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이었다는 깨달음.
이 밖에도 자신을 찾은 뚱보 게이가 멋진 남성과 사랑에 빠지고, 오쟁이진 뚱보가 아내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15일 개봉.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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