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례받은 ‘사막의 꽃’ 성공기
영화 ‘데저트 플라워’
‘아프리카 유목민의 딸에서 세계적인 패션모델로.’ 와리스 디리 소개말로 이보다 적절한 말은 없다. 강제결혼을 피해 소말리아의 집을 떠난 13살 소녀가 영국 런던으로 흘러들어와 맥도널드 점에서 일하다가 사진가의 눈에 띈 게 계기가 되어 슈퍼모델이 되었고 유명 패션잡지 표지모델, <007 리빙라이트>의 본드걸로 출세했으니 그럴 법하다. ‘와리스’의 뜻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 <데저트 플라워>는 와리스 디리의 성공 드라마. 하지만 마냥 신데렐라로 그리지는 않는다. 어디 할례받은 신데렐라가 있는가. 다섯 살 때쯤 어느 날 새벽 엄마 손에 이끌려 사막으로 간 그는 집시여인의 더러운 면도칼로 성기가 도려내졌다. 그리고 성냥개비가 들어갈 만큼의 구멍만 남기고 꿰매어졌다. 지퍼처럼 단단히 채워 성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남편감한테 처녀성을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도록 한 것. 그는 상처가 아물도록 한달 동안 다리를 묶어 두어야 했다. 잘려져 바위에 놓였던 살점은 독수리의 몫이 됐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소변 보는 것이 고역이고 다달이 오는 월경이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그의 두 언니는 할례 당시 또는 출산 때의 과다출혈로 죽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줄만 알았던 그는 런던에서 체류하던 중 룸메이트의 그것을 보고 여성 할례의 야만성과 패악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꼴찌 낙타라도 걷는 속도는 일등과 같다’는 말이 있다. 소수한테 일어나는 일이라도 영향은 모두에게 미친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여성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편견을 바꾸어 보자.” 그는 유엔 특별대사가 되어 여성할례 폐지에 적극 나선다. 지금도 1억3000만명의 여성이 할례의 영향 아래 있으며 아프리카,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미국의 이민자들 역시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와리스의 캠페인 뒤 대개의 나라가 여성 할례를 공식적으로 금지했지만 관습은 쉽게 고쳐지지 않아 매일 6000명이 할례를 받고 있다고 영화는 전한다. 22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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