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트 로커’
아카데미 6관왕 ‘허트 로커’
“죽는 게 두렵지 않나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해.” “방호복을 입고 작전을 나갈 때마다 죽든 살든 간에 목숨을 걸죠. 그리고 해내잖아요?” “그래 맞아. 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어. 넌 알겠냐?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라크 파견 미군 폭발물처리반의 일상을 다룬 영화 <허트 로커>에서 윌리엄 제임스 중사와 제이티 샌본 하사가 빅토리 중대에서의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귀대하면서 주고받는 말이다. 전임 팀장 톰슨 중사는 폭사하고, 엘드리지 상병은 다리 부상으로 후송됐지만 불사신처럼 살아남은 두 병사의 대화치곤 뭔가 수상하다.
“내가 왜 이걸?”…“나도 몰라”
이라크 미군 폭발물 처리반 일상
130분간 숨막히는 죽음의 공포
여성감독 비글로가 요리한 ‘전쟁’ ■ 폭발물처리반(EOD) 매설 폭발물, 인간폭탄, 차량폭탄 등을 해체·수거·처리하거나, 폭발 현장에 출동해 원인을 규명한다. 3인 1조로 움직이며 팀장이 폭탄을 처리하고 나머지 2명은 경계임무를 맡는다. 이들은 방탄복을 입고 무선으로 상호 교신하며 기관총을 갖춘 방탄 장갑차(험비)로 이동한다. 현장에 도착하면 팀장은 입기만 해도 헉헉거리는 45㎏ 무게의 특수방호복을 걸치고 수백m를 걸어가 폭발물의 기폭장치와 뇌관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그러지 못할 때는 폭약을 장치해 터뜨린다. 폭발물 탐색은 원격조종 로봇으로 할 수 있지만 해체는 반드시 손과 펜치를 쓴다. ■ 바그다드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 세계적인 테러를 종식시킨다는 구실로 미군이 점령했다. 부시정권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정권을 세웠다. 종전선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테러가 발생해 지금까지 4400여명의 미군이 죽었다. 철군을 주장하며 집권한 민주당 오바마조차 빼도 박도 못한 채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 30여 나라에서 군대를 파견했다가 차츰 병력을 잇따라 철수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혈맹’으로서 미국의 눈치를 보다 몇년 전 부대를 철수했다.
■ <허트 로커> 폭발물과 폭발물을 설치한 보이지 않는 적과 가장 먼저 ‘인간적으로’ 만나는 특수부대의 일상을 통해 전쟁의 공포를 이야기한다.
시선은 세 가지. 엄청난 압박을 대단히 능수능란하고 용맹스럽게 헤쳐나가는 제임스 중사, 자신의 판단 착오로 두 전우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드리지 상병, 그리고 두 극단 사이에서 침착하게 대처하지만 고뇌하는 샌본 하사. 이들의 공통점은 최전선 병사가 늘 그렇듯이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알지만 ‘왜’ 그러는지는 모른다는 것. 영화는 등장인물은 물론 이라크와 흡사한 요르단에서 실제 폭발물, 실제 방호복을 쓰고 이라크 난민을 엑스트라로 등장시켜 무척 사실적이다.
■ 캐스린 비글로 감독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전 부인으로 대담한 여장부. 등장인물의 심성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점에서 영웅이 등장하는 남성적 전쟁영화와 다르다. 그는 한국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쟁은 지옥일 거라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시작했고 촬영을 마치고 그 생각은 굳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이 늘 정치적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다만 어디선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러닝 타임 130분인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비글로 감독의 장기. 그는 “항상 등장인물 또는 스토리에 대해 처음 느꼈던 그 상황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 감독, 편집, 음향, 음향편집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22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이라크 미군 폭발물 처리반 일상
130분간 숨막히는 죽음의 공포
여성감독 비글로가 요리한 ‘전쟁’ ■ 폭발물처리반(EOD) 매설 폭발물, 인간폭탄, 차량폭탄 등을 해체·수거·처리하거나, 폭발 현장에 출동해 원인을 규명한다. 3인 1조로 움직이며 팀장이 폭탄을 처리하고 나머지 2명은 경계임무를 맡는다. 이들은 방탄복을 입고 무선으로 상호 교신하며 기관총을 갖춘 방탄 장갑차(험비)로 이동한다. 현장에 도착하면 팀장은 입기만 해도 헉헉거리는 45㎏ 무게의 특수방호복을 걸치고 수백m를 걸어가 폭발물의 기폭장치와 뇌관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그러지 못할 때는 폭약을 장치해 터뜨린다. 폭발물 탐색은 원격조종 로봇으로 할 수 있지만 해체는 반드시 손과 펜치를 쓴다. ■ 바그다드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 세계적인 테러를 종식시킨다는 구실로 미군이 점령했다. 부시정권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정권을 세웠다. 종전선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테러가 발생해 지금까지 4400여명의 미군이 죽었다. 철군을 주장하며 집권한 민주당 오바마조차 빼도 박도 못한 채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 30여 나라에서 군대를 파견했다가 차츰 병력을 잇따라 철수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혈맹’으로서 미국의 눈치를 보다 몇년 전 부대를 철수했다.
영화 ‘허트 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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