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너무 허술한 당신, 그래서 영웅

등록 2010-04-21 19:27

영화 ‘킥애스’
영화 ‘킥애스’
새 영화 ‘킥애스’
<인크레더블 헐크>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만화에서 창조되어 무대를 영화로 옮겨 출세한 영웅들이다. 여기에 <킥애스>가 합세했다. 미국의 대표 만화브랜드 마블코믹스에서 낸 마크 밀러의 같은 이름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 기왕의 주인공들에 비해 무척 인간적이다.

주인공 데이브는 운동 젬병, 수학 젬병이지만 만화와 야동은 빠꼼이. 여학생 앞에서 투명인간, 삥 뜯는 주먹들한테 투명주머니인 별 볼 일 없는 고딩. “영웅은 만화책에만 존재한다. 악당도 만화책에만 존재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 그래야만 하는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위대한 깨달음을 얻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녹색 두건과 쫄쫄이를 입고 킥애스가 된다. 그런 옷을 입으면 무슨 짓을 하고 싶은 법. 자동차털이한테 접근해 “차를 곱게 두고 가면 그냥 봐주지”라고 똥폼을 잡다가 직사하게 터지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뺑소니차에 치여 삭신이 다 부러진다. 응급차에 실려가면서 정체가 들킬까 봐 옷을 벗겨달라고 애원한 것이 게이라는 오해를 빚는다. 전신에 쇠를 박고 퇴원한 뒤 처음 맡은 일이 가출 고양이 찾아주기. 창피한 줄도 모르고 할로윈 복장으로 거리를 쏘다니다 3 대 1 깡패싸움에 말려들어 역시 특기인 처절하게 터지기를 당한다. 그게 구경꾼 휴대전화에 찍혀 인터넷에 올라가면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표제로 방송을 타면서 일약 ‘정의의 용사’가 된다. 2010년 영웅은 별 볼 일 없는 인간형에다 인터넷과 매스컴에 의해 만들어진다.

영화는 만화적인 캐릭터와 구성을 최대한 살려 영화와 만화 중간쯤에 해당한다. 우리의 킥애스가 존경해 마지않는 진짜 영웅 ‘빅 대디’는 음해를 당해 옥살이를 한 전직 경찰. 딸 민디를 특수훈련시켜 살인병기 ‘힛걸’로 만들고 자신은 배트맨이 되어 악의 척결에 나선다. 악한 세계의 대표 보스는 전자레인지에 사람을 굽지만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슬러시를 좋아한다. 우리의 어리바리한 킥애스가 머무는 공간은 버젓한 악의 존재와 만화적인 영웅세계의 중간지대다. 22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