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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도미니크 니크…’의 그 수녀

등록 2010-04-25 17:52

영화 ‘시스터 스마일’
영화 ‘시스터 스마일’
자닌 데케르 실화 다룬 ‘시스터 스마일’




“도미니크 니크 니크 즐겁게 걷는 이 기분/ 노래까지 흥얼대시네/ 바라는거 하나 없이 그저 주님을 노래하네/ 그저 주님을 노래하네/ 어느 날 이단자가 그분을 꼬이려 했지/ 허나 성 도미니크께선 오히려 그를 개종시키셨네.”

1970년대 라디오를 틀면 아주 자주 들을 수 있던 노래 <도미니크>. 경쾌한 리듬에 실린 콩당콩당 청아한 목소리의 그 노래. ‘시스터 스마일’이라는 예명으로 낸 이 노래는 300만장이 팔렸다. 당대 비틀스와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이다.

영화 <시스터 스마일>은 시스터 스마일로는 성공했지만 본명인 ‘자닌 데케르’로는 실패한 벨기에 가수의 일대기다. 빵집 딸로 태어난 자닌은 노래를 좋아하는 선머슴 같은 소녀. 아프리카 선교도 하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었지만, 좋은 신랑감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는 엄마의 윽박에 홧김에 서방질이라고 수녀원으로 도망친다. 수녀원은 그보다 더한 곳. 기타를 압수당하고 시키는 대로 감자 깎고, 청소를 해야 했다. 자닌은 전방지축 눈총을 받으며 선임수녀들을 치받기 일쑤. 어렵게 되찾은 기타를 유일한 친구로 삼는다. 쉴 참에 퉁탕거리며 읊조리던 노래 <도미니크>가 우연히 가톨릭방송의 전파를 타면서 스타가 된다. 수녀원 안의 그는 깜깜소식. 친구로부터 그 사실을 알고 수녀원을 나와 가수 자닌 데케르로 활동하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수녀원은 <도미니크>의 수익을 독식했고, 본명으로 낸 새 노래들은 외면당했다. 대중은 ‘신비에 싸인 수녀’의 노래를 원했던 것. 게다가 그가 새롭게 부른 <황금알약>은 여성들을 임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피임약을 찬양하는 선구적인 내용으로 가톨릭은 물론 보수적인 계층한테 용납되지 않았다. 현실에 대한 도전이 잇달아 좌절되면서 그는 동성 친구 아니와 함께 동반자살한다. 시대를 앞서 산 여성의 비극적인 종말.

세실 드 프랑스가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고 불안정하며 때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자닌을 연기했다. 배역을 맡은 뒤 자닌에 대한 모든 기록을 찾아 읽었으며 5개월 동안 ‘나 죽었소’ 하고 기타와 노래를 배웠다고 한다. 29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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