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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거짓말투성이 세상, 안 봤어야 했는데…

등록 2010-04-28 19:23

영화 〈참새들의 합창〉
영화 〈참새들의 합창〉
테헤란 ‘돈 광란’ 휩쓸린 촌부
38년만에 시력 찾은 교수의 불행
심오한 주제 일상의 소동에 녹여




이란 감독 마지디의 두 영화 ‘참새들의 합창’ ‘윌로우 트리’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윌로우 트리>(가운데)와 <참새들의 합창>(위·맨 아래 사진)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모처럼 이란 대표감독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1992년 <바둑>으로 데뷔한 마지디는 <아버지>(1996) <천국의 아이들>(1997) <천국의 미소>(1999)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2001년 부천 영화제에 <천국의 향기>가 초청되고 장편심사위원을 맡았고 2008년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새들의 합창>이 초청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일상을 소재로 하면서도 가족, 운명, 신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루며 이란의 자연을 상징적 코드로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영화 〈윌로우 트리〉
영화 〈윌로우 트리〉
■ 참새들의 합창 테헤란에서 멀지 않은 농촌. 농장 인부 카림은 타조 한 마리가 도망치면서 일자리를 잃는다. 무작정 테헤란 시내로 간 그는 오토바이 택시 일을 하면서 세상 물정을 알게 된다. 피 같은 천 토만이 시내에서는 푼돈이라는 것, 시내에 버려진 물건들이 시골에 가져가면 돈이 된다는 것 등. 애초 그가 택시일을 시작한 것은 딸의 고장난 보청기를 사주기 위한 것. 딸은 아빠를 위해 일부러 소리가 들리는 척하면서 몰래 거리에 나가 꽃을 팔고 아들은 또래들과 함께 쓰레기 가득한 우물을 퍼내 물고기를 기르려 한다. 아내는 남편이 주워 온 고물을 동네방네 나눠주며 인심을 쓴다.

시내를 오가며 돈맛을 알게 된 카림이 가족은 물론 이웃들과 충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자신이 주워들인 고물더미에 깔려 죽을 뻔했다 살아나면서 자기가 얼마나 변했는가를 깨닫게 된다. 마치 농장을 도망친 타조처럼. 물고기 통이 깨지면서 길바닥에 널브러진 금붕어떼를 보고 우는 아들에게 카림은 ‘이 세상은 거짓말투성이’라는 노래를 불러준다.

영화는 카림의 눈을 통해 돈의 광란에 빠진 테헤란의 모습과 아직 공동체로 남아 있는 농촌을 대비시키며 궁극으로 지향해야 할 게 무엇인가를 상기시킨다. 카림 가족과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애잔하고, 자막에 앞서 너울거리는 타조의 춤이 아주 인상적이다. 5월5일 개봉.



영화 〈참새들의 합창〉
영화 〈참새들의 합창〉
■ 윌로우 트리 8살에 불꽃놀이를 하다 시력을 잃은 대학교수 유세프는 눈 종양을 치료하러 프랑스에 갔다가 각막이식으로 38년 만에 시력을 회복한다. 보이지 않을 때 점자로 이룩한 것들이 소중했지만 막상 눈을 뜨니 별것 아니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어둠 속에서 천사였던 아내 미리암 역시 추하고 못 생긴 모습이 드러난다. 유세프는 테헤란 공항에서 첫눈에 띄었던 미인 파리를 못잊어 찾아가고 아내는 이를 미행한다. 아내가 딸과 함께 가출하고 어머니는 유세프를 꾸짖지만 유세프는 “인생의 황금기를 어둠 속에서 보낸 심정을 아느냐”며 새 삶을 살겠다고 외친다.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그는 서재의 모든 책을 불살라 버린다. 하지만 “희망의 상징이라던 버드나무를 보았느냐”는 옛 병실 동료의 편지를 읽는 순간 다시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빌어먹을 운명을 저주하며 그의 고통은 극에 이르고 방황을 거듭한다. 그러한 끝에 애초 눈 수술을 받기 전에 썼던 기도문을 다시 읽게 된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을 잃어버렸지만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빛을 잃고 어둠 속에서 살았지만 당신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요? 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제발 살려주세요.”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든다. 29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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