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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놓쳐버린 ‘설렘’의 순간

등록 2010-05-02 18:51

영화  ‘키스할것을’
영화 ‘키스할것을’
전주영화제 개막작 ‘키스할것을’
박진오 감독 주연·각본·편집 ‘4역’




춘래불사춘의 시절, 전주에는 영화의 봄이 도래했다. 1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29일 막을 올렸고, 전주 거리에는 축제를 알리는 노란 깃발이 나부낀다. “신인 감독 발굴에 많은 힘을 들여온”(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 영화제답게 이번 개막작 역시 신인 박진오 감독의 첫 장편 <키스할 것을>(Should’ve kissed)이다.

박 감독은 단편 <런치> <요청> <천천히 조용히> 등으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아왔고, 이번 첫 장편에서는 각본·연출·편집·주연 등 1인4역을 맡았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두 남녀 배우지망생의 이야기다. 박 감독이 직접 연기한 한국인 준은 영화 캐스팅이 취소되면서 좌절하고, 써머(마리나 미첼슨) 역시 오디션에서 떨어져 크게 상심한다. 이 둘은 시끄러운 뉴욕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다. 고독과 상심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남녀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파에 잠들었다 사라진 써머를 찾아 준은 거리로 나선다.

낯설고 독특한 개성의 영화다. 무엇보다 우선 얼굴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두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주로 눈빛이다. 얼굴의 정면과 측면을 오가며 샅샅이 감정을 보여주다가도 얼굴 반쪽을 덮은 그림자의 어둠 속에선 불안과 고독, 좌절과 고통이 강렬하게 빛난다. 동서양 남녀의 서로 다른 눈매에서 쏘아져 나오는 절망은, 비 오는 허드슨강변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부터 서서히 다른 빛을 띠기 시작한다. 박 감독은 ‘설렘’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소리다. 준의 영어는 어색하고 낯설다. 마치 앞에 사람이라도 있는 양 소리치기도 하고, 입은 가려지거나 닫혀 있는데 들리는 말은 어딘지 불안하다. 눈 그림자 깊은 써머 역시 혼잣말이 쏟아져 나오다가도 어느 순간 끊기고 나면 소리의 암전이 이어진다. 들락거리는 뉴욕 거리의 소음 속에 주인공들의 말은 소외된다.

새롭고 신선하고 또한 풋내와 어설픔이 가득한 이 영화 속 사랑 역시 그러하다. 제목은 영문법을 따지자면 ‘키스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의미이다.

첫사랑을 안타깝게 놓쳐버린 이들의 한숨 섞인 한탄을 예상할 법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절대고독의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의 접점을 찾아나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원초적, 본능적 의미의 연대다. 신인 감독의 넘치는 자의식이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전주/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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