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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주인보다 ‘빛나는 하녀’

등록 2010-05-05 19:16

영화 ‘하녀’
영화 ‘하녀’
화려한 화면…원작 사회성 배제
‘칸의 여왕’ 전도연 연기력 ‘정점’




임상수 감독 ‘하녀’

“김기영 감독과 전도연씨 덕택에 (칸 영화제에) 가게 됐다.”

<하녀> 시사회 간담회에서 한 임상수 감독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영화 <하녀>는 상류층 집안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가 주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10년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하녀>는 고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를 리메이크한다는 점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김 감독의 원작은 1982년 발견된 원본 네거티브 필름 일부와 1990년 발굴된 원본 프린트를 바탕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 지원을 받아 복원됐다. 그리고 2008년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선보인 바 있다.

한국영화사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1960년 <하녀>는 바깥주인(김진규)과 정을 통한 뒤 본처(주증녀)를 몰아내려는 가정부(이은심)의 파멸스러운 야욕을 그렸다. 영화는 당시로서는 부유한 한 중산계층의 집안의 몰락으로만 그치지 않고, 산업화 과정에서의 여성의 계층간 갈등 그리고 하녀와 여공들의 잠재적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영화 ‘하녀’
영화 ‘하녀’
임상수의 <하녀>는 사실상 사회성을 배제했다. 하녀일이 좋아 하녀가 된 2010년판 주인공 은이는 야욕도, 계급의식도 없다. 주인남자 ‘훈’(이정재)과 좋아서 잠자리를 같이한 뒤 임신한 줄도 모르는 멍청이다. 안주인 ‘해라’(서우)가 임신 사실을 추궁하자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을 정도. 영화의 초점은 주인 남자를 중심으로 부닥치는 두 여인의 욕망과 갈등으로 국한된다. 마지막 장면이 돌발적이지만 스릴이나 서스펜스 면에서 임상수의 <하녀>는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 안주인 해라가 거머쥔 골프채나, 컴컴한 집 안을 어슬렁거리는 은이, 보약에 섞어놓는 극약도 크게 관객을 긴장시키지못한다.

2010년 <하녀>의 뛰어난 점은 ‘화면발’이다. 대저택 세트로 구현한 상류층의 모습을 유현하게 보여준다. 또각거리는 하녀의 발자국을 배경으로 눈 덮인 정원과 화려한 현관, 계단이 두드러진다. 핏빛 욕조에서 절규하는 은이는 부감으로, 샹들리에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은이는 앙각으로 잡아냈다. 배영환의 깨진 유리병으로 만든 샹들리에, 불면증, 유행가 시리즈들이 화면을 장식한다.

화면발의 정점은 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전도연. 그 자체로 빛이 나려니와 백치 같은 하녀가 차츰 무엇인가에 눈떠가는 모습이 애벌레가 성충으로 바뀌듯 자연스럽다. 처음 입주해 조신하던 손, 주인 남자와 잠자리를 한 뒤 당당해진 걸음걸이, 안방 욕조에 누워 주인 남자한테 임신사실을 알릴 때의 눈매, 낙태 뒤 주인 남자를 놀리는 당돌함 등등. 역시 전도연이라는 느낌이다.

또다른 주목거리는 나이 든 하녀 ‘병식’으로 나오는 윤여정. 은이와의 생활을 통해 뼛속까지 든 속물이 빠져가는 과정이 생생하다. <하하하>에서 능청스런 주모 역을 맡아 칸에 두 작품으로 가는 셈이 됐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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