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에서 각본상 받은 영화 <시>의 주연 윤정희(66)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연 승낙
흰머리로 연기하고픈 ‘천생 배우’
“사치와 화려함 현혹되지 말아야”
흰머리로 연기하고픈 ‘천생 배우’
“사치와 화려함 현혹되지 말아야”
16년 만에 돌아온 윤정희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시>(감독 이창동)의 여주인공 배우 윤정희(66)씨를 만났다. 1960년대 문희, 남정임씨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윤씨는 정말 고운 할머니가 돼 우리 곁에 돌아왔다. 조용히 거울 앞에 선 듯한 그한테서는 부드러움 속에서 배우로서의 오랜 경륜이 그대로 배어나왔다. [%%HANITV1%%] -16년 만의 출연인데? “영화에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외국 영화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국내 영화는 10여년 동안 심사를 했기 때문에 일년에 좋은 영화를 20여편을 봤다. 좋은 작품 기다리는 준비기간이었다고나 할까.” -1994년 <만무방> 촬영 때와 많이 다를 것 같다. “지금은 리허설 배우가 있더라. 리허설 배우가 동선을 다 그리고 카메라·조명이 자리 받은 뒤에 촬영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감정의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또 모니터가 있고 캠핑카가 있어서 할리우드 배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내가 제일 큰누나더라. 젊은 친구들하고 함께 일하니까 참 기분 좋았다.”
-동시와 후시 녹음의 차이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예전 후시 녹음은 성우들이 대신했다. 배우의 연기를 보고 목소리를 내니까 자연히 꾸민 듯한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에는 프롬프터를 보고 해서 외우는 게 없었다. 그래서 330여편의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다. 동시녹음을 했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동시녹음은 외워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더 집중적으로 역할 속에 빠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동안 시나리오를 여럿 받았지만 나와 맞지 않아 거절했다. 언젠가 이창동 감독이 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하더라. 영화제 시상식에서 만났는데 인상이 착하게 보였다. 제목도, 내용도 묻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는 이 감독을 믿었다. 막상 시놉시스에 이어 시나리오를 받아 보니까 정말 좋더라. 내 나이에 맞는, 기가 막힌 역이구나 싶었다.”
영화배우 윤정희(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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