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라이즈 선셋’
‘선라이즈 선셋’
<선라이즈 선셋>은 인도 북부에 거주하는 달라이라마 14세와 함께 보낸 24시간을 기록한 러시아 다큐멘터리다. 1부는 새벽 3시 기도와 명상을 시작으로 법회, 면담 등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그의 일상이 소개된다. 2부는 제작팀이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돌아가면서 그의 메시지를 반추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 인물을 주목하고 존경하는가’에 대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호기심에서 출발해 일반인들의 호기심도 채운다. 1935년 티베트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라모 톤둡’으로 불리다가 세살 무렵 달라이 라마의 환생으로 지목돼 1940년 여섯살에 정식으로 즉위한 그는 티베트민족처럼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즈음 중국은 티베트를 침공해 이듬해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편입시켰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라싸 민중봉기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이래 나라 잃은 티베트민족의 정신적인 지주로 활동해왔다. 그의 독립노선은 비폭력 노선. 세계인을 대상으로 불법을 전파하면서 세계적인 지도자로 떠올랐다. 영화는 ‘달라이 라마’의 면모보다는 ‘달라이 라마’로 불린 사나이의 모습이 도드라진다. “우리는 지상의 방문객이다. 기껏 100년을 머물 뿐이다. 그동안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 우선 자신의 평화를 이루고 그 평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화두를 툭 던져 신비를 자극하는 선승들과 달리 그가 설명하는 불교이념은 신선할 것도 없고 심오한 것도 없다. 오히려 장황하게 느껴질 정도로 쉽고 서민적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새벽조깅을 하거나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모습도 비치고 비폭력을 주창하면서 무장군인의 호위를 받는 아이러니도 보인다. 몇몇 나라가 세계경제를 과점하면서 빚어내는 인구과밀, 식량문제, 빈부격차, 세계적인 분쟁을 피하는 방법으로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척 나이브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국가주의에 젖어 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면서 오히려 세계적인 악의 근원인 국가주의가 나이브함을 고민하게 한다. 13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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