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업 기자의 ‘여기는 칸’
경쟁·비경쟁 부문 초청작만 스포트라이트 받으란 법이 있나. 감독주간 오프닝 작품으로 초청돼 그랑 테아트르 뤼미에르에서 도보 20분 가량 떨어진 허름한 극장에서 13일 상영된 <벤다 빌릴리>에 대해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벤다 빌릴리>는 콩고 킨샤샤 빈민가의 장애인들로 구성된 음악밴드의 활동을 5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리키’란 밴드의 리더 레온 리카부가 빈민가 사람들과 다름없이 비루한 삶을 사는 장애인들로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뒤 이어진 주인공 음악단의 연주가 끝난 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30분이상 박수를 보냈다. 그랑 테아트르 뤼미에르에서 <하녀>가 받은 박수가 3~4분임을 감안하면 감동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좀도둑으로 연명하는 부랑아들로 넘치는 2004년 킨샤샤 빈민가에서 시작한다. 음악단은 나무 그늘, 동물원의 우리 앞에서 연습 또는 연주를 한다. 장애인 수용시설에 사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자신들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목발을 짚고 껑충거리며 걷거나, 아이들이 끌고미는 삼륜오토바이를 타고 멋진 레스토랑 입구 등을 옮겨다니며 손님들이 그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며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들은 2005년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기로 했다가 숙소가 불타 당장 살아남는 게 급해 포기해야 했다. 1년뒤 한 음반사의 제안을 받게 되는데, 담배장수로 연명하던 리키는 밴드를 다시 모아 거리 연주 실황을 그대로 녹음했다. 음반이 출시되자 이들은 유명세를 탔고 유럽투어, 프랑스 노르웨이의 축제에서 연주를 했다.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낙관주의 때문. 이들은 현재 아테네, 몬트리올, 일본 등에서의 공연일정이 모두 짜여져 있다고 전한다.
칸/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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