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소식
칸 경쟁부문 진출작 <몽팡시에의 공주>는 프랑스애정사극. 종교전쟁으로 전국이 살육광풍에 휩싸인 1562년 샤를 9세 치하의 프랑스가 배경이다.
대부호 가운데 하나인 메지에르 가의 여 상속인 마리는 역사에서 르 발라프레 즉 스카페이스로 알려진 젊은 기스 공작을 사랑한다. 하지만 아버지 메지에르 후작은 집안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강제결혼을 시키려 든다. 마리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몽팡시에의 왕자가 장본인.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결국 결혼을 하게 되는데, 남편인 왕자는 샤를 9세의 호출을 받아 프로테스탄트와의 전쟁에 참여한다. 피바람이 부는 전쟁에서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왕자는 외진 곳에 위치한 샹피니의 성채로 보낸다. 아내한테는 젊은 왕자의 스승이자 친구인 샤반 백작을 딸려보낸다. 왕자는 장차 있을 궁정활동을 위해 그에 걸맞는 교육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
고립된 샹피니에서 마리는 기스 공작을 향한 열정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운명은 기스 공작과 나중에 앙리 3세가 되는 앙주 공작을 샹피니로 부르고 이어서 몽팡시에 왕자도 돌아온다. 앙주는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샤반 백작 역시 마리한테 빠져든다. 영화는 전쟁의 와중에서 한 여성을 두고 4명의 남자가 벌이는 사랑을 그린다.
열정적이지만 출세지향적인 기스 공작, 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앙주 공작, 신부처럼 금욕적인 샤반 백작, 그리고 다른 남성들의 개입을 못 견뎌하는 질투쟁이 몽팡시에 왕자 등 뚜렷한 개성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중세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남성 넷이 마리를 둘러싼 모양새지만 샤반 백작이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그로 인해 마리의 여러 면모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세 결혼 풍습을 그대로 재현한 점. 마리와 몽팡시에의 첫날 밤. 커다란 방에 커튼이 쳐진 침대가 있고 시엄마, 시고모와 시녀들이 커튼을 주시하고 있다가 마리의 짧은 비명이 들리자 바로 침대로 가서 미리 깔아둔 천에 혈흔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밖에서 장기를 두던 아버지와 시아버지는 마리의 처녀성과 둘의 합방을 확인하고 기뻐한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무척 남사스러운 것으로 이 대목에서 관객들의 탄성이 나왔다.
두달에 걸쳐 촬영된 영화의 원작은 라 파예트 부인의 소설이며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이 장 코스모와 공동으로 각색했다. 주역 배우들은 모두 젊은 친구들. 하지만 배역에 따른 감정의 변화 등을 아주 적절히 소화하고 있다. 특히 마리 역할을 맡은 멜라니 티에리는 어린 10대 소녀이지만 고통스런 결정에 따른 감정선을 잘 살렸다.
칸에서
임종업 기자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