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소식
63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프랑스 중견감독 자비에 보부아의 <신과 인간에 대해>(des hommes et des dieux)는 1996년 알제리 내전의 와중에 벌어진 티비린의 수도사들의 납치 살인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
사건이 발생한 티비린은 알제리의 작은 마을. 내전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기독교,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함께 이물없이 어울려 사는 평화로운 곳이다. 이슬람인의 잔치에 수도사들이 참가하고, 수도원은 이곳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는 센터구실을 한다. 마을 시장에서는 이슬람인과 수도사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나란히 거래된다. 근본주의에 속하는 이슬람무장그룹(GIA)이 준동하면서 마을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티비린 수도원은 여느 곳과 다름없이 노동에다 검박한 생활을 하면서 신앙을 지켜나가는 곳. 7명의 수도사들은 낮에는 벌치기, 농사일, 염소치기 등으로 생산을 하고 새벽과 저녁에는 묵상과 기도를 하며 살아간다. 정정이 불안해지자 알제리 군부에서는 수도원을 보호해 줄까를 물어오는데, 책임수도사 크리스티앙(랑베르 윌슨)은 이를 거부한다. 부패한 그들한테 의지하면 반대급부를 요구해 올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어느 날 밤 무장세력이 찾아와 약품을 줄 것을 요구하는데 그것 역시 거부한다. 한번 들어주면 요구사항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들이 데려온 부상자를 치료해 준다. 그로 인해 군부는 수도원을 의심스런 시선으로 보게 되고 실제로 불시에 급습해 수도사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헬기를 동원해 공중수색과 감시를 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이 피난을 가면서 수도원 내부에서도 피난을 갈 것인가를 두고 격론을 벌인다.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에 따라 결정을 유예한 가운데 불면의 밤을 보낸다. 주민을 버리고 가는 것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신앙에 기반한 생각, 또는 이미 집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는 현실적인 생각에서든 모두 남기로 결정하고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 어느 날 그곳에 머물던 수도사가 손님으로 찾아와 포도주를 놓고 감동적인 밤을 보낸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반군들이 약품을 약탈하고 7명 가운데 5명을 납치한다. 이들은 사건 발생 두달 만에 시체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이슬람 무장그룹(GIA)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알제리 군부가 실수로 죽인 다음 책임을 면하기 위해 시신을 옮겼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영화는 사건 발생 15년이 지난 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 이전의 상황을 그린다. 내전 이전에 그곳이 얼마나 평화로운 마을이었는지,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도사들은 어떤 고뇌를 하게 되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을 섬기며 평화를 이야기하는 점에서 동일한데 왜 폭력이 발생하는지, 그런 와중에서 개개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등을 잔잔하게 그린다. 촬영은 안전을 위해 알제리가 아닌 모로코에서 이뤄졌으며 티비린 수도원은 <예언자>로 세자르 상을 받은 미셸 바르텔레미가 디자인했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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