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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이거 북벽 비극의 등반 기록

등록 2010-05-23 22:20

영화 〈노스페이스〉
영화 〈노스페이스〉
1936년 초등 노린 사투 실화…극한의 고통 우직하게 응시
1936년 알프스 3대 암벽 중 하나인 스위스 아이거 북벽 정복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청년 4명이 나섰다. 독일의 토니 쿠르츠(베노 퓌어만)와 안디 힌터슈토이서(플로리안 루카스), 오스트리아의 에디 라이너와 빌리 앙게러. 이들 두팀은 누구도 오른 적 없는 1800m 수직 빙벽을 가장 먼저 정복하기 위해 경쟁한다.

극한의 빙벽 등반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기자들과 부유한 관람객들은 북벽 아래 호텔에 모여든다. 이들은 낮이면 쌍안경으로 등반을 관람하고 밤이면 파티를 열어 먹고 마신다.

독일팀이 앞서고 오스트리아팀이 뒤따르는데, 낙석을 맞아 머리를 다친 앙게러를 돕기 위해 독일팀은 등반을 멈춘다. 적국 팀을 도와 등반을 포기한 토니와 안디는 독일제국의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추락한다. 언론 역시 그들에 대한 관심을 버린다. 날씨조차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한 명씩 낙오하거나 추락한 끝에 주인공 토니만이 남게 되고, 토니는 불과 3m의 밧줄이 부족해 구조대가 뻔히 보이는 앞에서 줄에 매달려 얼어 죽는다.

이런 실화를 담은 영화 <노스페이스>는 개성 넘치는 영화적 상상과 화려한 연출 대신, 역사적 사실의 충실한 기록이 얼마나 큰 영화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영화적 장치를 만들고 꾸미기보다는 순수하고도 우직하게 사실을 묘사한다. 묘사는 단순한 사실 나열에 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실을 더욱더 사실인 것처럼 냉정하게 보여주기에, 이는 주인공들의 내면까지 붙잡아 드러낸다. 이를테면 강한 눈보라 휘몰아치는 북벽에서 부상자를 이끌고 가까스로 하산하는 이들의 모습은 극적 장치 없이 화면에 그대로 기록될 뿐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극한에 내몰린 토니와 안디의 깊은 좌절과 후회, 그럼에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삶에 대한 희망을 생생하게 전달해 낸다.

그래서 같은 산악 영화임에도 할리우드의 <클리프 행어>나 <버티컬 리미트> 같은 영화들과는 전혀 방향성이 다르다. 카메라 기술과 컴퓨터 그래픽 등을 통해 과장되게 표현되는 고통이 아니라, 잔잔하게 있는 그대로 카메라가 응시하는 고통이 훨씬 더 가슴 떨리게 다가온다. 여기에 토니 등 등반가들의 사투, 눈앞에 죽어가는 토니를 보고도 손 내밀 수 없는 연인 루이제(요하나 보칼레크)의 애절한 슬픔이, 그들을 마치 동물원 원숭이처럼 관람하는 기자와 관광객들의 가벼움과 조용히 대비되면서 공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6월3일 개봉.

김진철 기자, 사진 동아수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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