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거대한 음모 앞에 선 ‘개인’…경계하고 긴장하라

등록 2010-05-23 22:23

로만 폴란스키 감독 ‘유령작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유령작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유령작가’
유혈 없이도 숨막히는 공포…‘히치콕 스릴러’ 닮아
성추행 혐의에도 ‘베를린 영화제’서 최우수 감독상
전임자의 의문스런 죽음으로 전 영국 수상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유령작가’(유언 맥그리거)는 거대한 음모를 대면하게 된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편에 적극 복무한 랭 수상의 과거는 어딘지 수상하고, 자살이라는 전임자의 죽음 역시 뭔가 심상찮다! 이름 없는(실제로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유령작가는 이런 의문들을 풀기 위해 가슴 졸이며 동분서주한다.

막바지 거듭하는 반전은 짧은 순간에 강렬하고 짜릿하고 비관적이다. 유혈 낭자한 장면 하나 없이 이야기 구조와 장면의 배치만으로 긴장과 공포를 빚어내는 솜씨가 심상찮다. 관객의 시야에선 벗어나 있지만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눈치챈다. 카메라가 잡지 않는 데에선 이미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물과 인물들은 서로 경계하고 긴장한다. 마주치고 엇갈리는 차가운 시선들은 잔뜩 곤두서 있고 당장이라도 서로에게 달려들 듯한 공격성이 깃들어 있다. 아담 랭과 루스 랭(올리비아 윌리엄스) 부부 사이에 흐르는 알듯 모를 듯 한 불신이 결말을 예고하듯, 이런 시선들은 암시를 가득 내포하고 있다.

이런 여러 지점에서 폴란스키는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과 겹쳐진다. 영화 마무리에 유령작가가 음모를 밝힌 쪽지를 여러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단계별로 고조시키는, ‘히치콕 기법’ 그 자체다. 영국의 댄 브라운이라 불릴 법한 영화의 원작자이자 각색에도 참여한 <비비시>(BBC) 정치부 기자 출신의 로버트 해리스 역시 히치콕적인 스릴러 요소를 넣으려 시도했다고 밝혔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유령작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유령작가’
<유령작가>는 2010년 제60회 베를린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폴란스키에게 선사했다. 언론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는 1977년 미국에서 13살 소녀 모델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재판 선고를 앞두고 유럽으로 달아나 활동해왔다. <유령작가>를 만들던 지난해 취리히영화제가 주는 평생 공로상을 받으러 스위스에 갔다가 과거 미성년 성추행 사건을 이유로 붙잡혀 연금됐다. 영화 최종 편집 중 붙잡힌 폴란스키는 연금된 채 전화로 지시해가며 작업을 마쳤다.

죄를 미워하되 작품을 미워할 수는 없는 법, 더구나 그의 혐의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마저 주장되는 바에야. 1968년 오컬트 영화 <악마의 씨>를 발표한 이듬해, 폴란스키는 영화에서처럼 부인을 잃었다.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과 그의 일당인 ‘맨슨 패밀리’가 그의 집에 들어가 임신 8개월이었던 그의 아내 여배우 샤론 테이트와 지인 3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 뒤에는 성추행 사건이 그를 옭아맸다. 영화와 구분되지 않는 폴란스키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이번 영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6월3일 개봉.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판씨네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