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의 수준이 크게 올라갔고 칸 영화제가 유럽 중심의 영화와는 다른 새롭게 떠오르는 아시아 영화로 한국을 주목한 결과지만, 한국 영화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칸 영화제의 문을 두드려왔다.
칸에 처음 나간 한국 영화는 1984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였다. 이어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그리고 1997년 전수일 감독의 <내 안에 우는 바람>, 1998년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등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꾸준히 초청받았다. 하지만 칸 영화제의 본무대인 본선 경쟁부문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으로 공식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물꼬를 텄고, 이후 한국은 칸에서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떠올랐다. 임권택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다시 경쟁부문에 나가 감독상을 받아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본상을 따냈다. 2년 뒤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 한국 영화가 처음으로 동시에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올드보이>가 황금종려상 다음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받았다.
이후 한국 영화는 2005년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2007년에는 이창독 감독의 <밀양>이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밀양>에 출연한 전도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이 다시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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