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없지만 고른 작품 높은 평가
올해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아주 뛰어난 걸작은 없지만 대체로 작품성이 높다는 평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타이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의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아저씨>(엉클 분미)는 타이 북동부의 가난한 현실과 그곳 전설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녹인 영화. 그간의 황금종려상이 뒷말이 많았던 데 비해 모두가 작품성을 인정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신장병을 앓는 분미 아저씨가 그의 마지막 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자 타이 시골로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놀랍게도 그는 그의 죽은 아내의 혼령과 오래전 잃은 아들의 방문을 받는다. 그런데 아들은 빨간 눈과 털북숭이의 유인원의 모습이다. 분미는 왜 병이 걸렸는가를 명상하면서 자신의 전생을 보게 되고 혼령이 돼 찾아온 아내, 아들과 함께 정글을 여행한 끝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굴에 이른다. 그곳은 그의 전생이 태어난 곳이고 그가 현생을 끝내고자 하는 곳이다. 아피찻퐁은 분미의 전생이 무엇이었는지 분명히 보여주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영화 초반 농장에서 도망치는 버펄로, 중간에 얼굴이 망가진 공주가 애무하는 상어, 막판 선풍기 날개에 엉겨붙은 파리일 수도 있다. 미디어아트 작가이기도 한 아피찻퐁 감독은 미국 시카고미술대학에서 영화제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99년 ‘킥 더 머신’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영화를 찍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0년부터 장편영화를 찍기 시작한 아피찻퐁 감독은 2004년 <열대병>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면서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졌다. 이번 수상작은 그의 6번째 장편 영화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프랑스 중견 감독 그자비에 보부아의 <신과 인간>은 1996년 알제리 내전의 와중에 벌어진 수도사들의 납치 살해 사건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 영화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납치가 자행되기 전, 전쟁의 폭력에 맞서 수도원과 마을을 지킬 것인가, 그곳을 버리고 피난할 것인가를 두고 고뇌하는 수도사들한테 초점을 맞췄다. 아프리카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칸 본상인 심사위원상은 받은 차드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울부짖는 남자> 역시 전쟁이 한 인간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이야기한다. 차드 내전의 와중에 돈을 내든지 아들을 전사로 보내라는 요구에 굴복한 주인공이 그후에 겪게 되는 인간적 갈등을 다뤘다. 쥘리에트 비노슈한테 여우주연상을 안긴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서티파이드 카피>는 어디서나 있을 법한 남녀의 사랑이야기.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마을 토스카니에서 중년의 영국인 저술가와 화랑 주인이 9시 기차표를 사둔 채 현실인지 상상인지 알 길이 없는 사랑을 나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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