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빛난 이창동 감독 ‘거장’으로 우뚝.
칸 각본상 ‘시’의 이창동 감독·배우 윤정희
“팀 버튼 심사위원장이 ‘감동적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라고 하더라. 영화가 전달하는 바를 심사위원들이 정서적으로 잘 받아들인 것 같다.” 제63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시>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씨는 26일 오후 6시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제이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상 뒷얘기를 들려줬다.
이 감독은 들은 얘기라고 전제한 뒤 팀 버튼이 <시> 외에 각본상을 줄 만한 영화가 없었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윤정희씨는 “공식시사 직후 거리반응이 무척 좋고 영화기자, 평론가들도 칭찬 일색이어서 내심 황금종려상을 기대했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돌아오는 길 비행장에서 러시아 영화평론가가 다가와 ‘여우주연상 시상 때 당신의 이름이 들리지 않아 무척 화가 났다’고 하더라”며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각본상 수상이 “눈의 실핏줄이 터지도록 강행군한 윤씨한테 작은 보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윤씨한테 공로를 넘기자 윤씨는 “상 타려고 열심히 한 것이 아니다. 내 자신이 열심파일 뿐”이라고 되받았다.
둘 사이의 인연에 대한 물음에 이 감독은 “영화의 플롯과 함께 본능적으로 윤정희씨를 떠올렸고, 영화를 만들면서 윤씨를 통해 주인공 미자가 이런 사람이구나를 확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윤씨는 자신이 주인공과 너무 닮아 “내가 내 연기를 하는 기분이었다”며 “우리는 인연이 너무 늦게 닿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80, 90살에 다시 만나 영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 감독의 언급에 윤씨는 “너무 반가운 소리”라고 화답했다.
이번 수상으로 자아도취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병적으로 소심하다”며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엄격함이 유지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영화 속 자작시 ‘아네스의 노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물음에는 “누구를 떠올리든 그것은 관객의 자유”라고 말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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