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브룩하이머 표 ‘페르시아의 왕자’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상당히 잘 만든 오락영화다.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사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다는 것만 봐도 대강 짐작은 된다. 오락영화는 최소한 감독보다 제작자의 기획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브룩하이머는 증명해왔다. 그가 지금까지 제작한 영화 수십편으로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115억달러, 우리 돈으로 15조원에 이른다.
이번 <페르시아…>는 브룩하이머가 같은 이름의 컴퓨터 게임에서 가져왔다. ‘시간의 모래’라는 부제도 붙였다. 그가 제작한 전편 <캐리비안의 해적>이 3편까지 만들어지고, 티브이 드라마 <시에스아이>(CSI)가 셀 수 없는 속편에 내용 일부를 따로 작품으로 만든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쏟아져 나온 것처럼, <페르시아의 왕자> 역시 관객의 호응에 따라 후속편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고대 페르시아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지닌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흥성한 고대제국사에 얼마나 흥미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많겠는가.
지혜와 용기를 고루 갖춘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제이크 질렌홀)은 시간을 되돌리는 옛 단검을 손에 넣게 되고, 이 단검을 비밀사원으로 옮겨야 할 운명인 이웃나라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제마 아터튼)와 함께 모험 가득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사적 야욕을 위해 단검을 빼앗으려는 무리가 그들을 쫓는다.
그러나 이런 게임 내용을 그대로 영화에 가져올 수는 없는 법. 영화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일부 인물은 개조하거나 재창조하고, 또 개연성이 부족하고 논리 구조가 허술한 곳은 수리하려 했다. 다스탄은 왕이 우연히 양자로 삼은 고아 출신이요, 타미나는 게임에서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개성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여기에 페르시아의 알라무트 공격에, 거짓으로 밝혀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을 갖다붙이는 재기도 보여준다.
그래봤자 영화에서 큰 긴장감이나 흥분감은 이야기가 아닌 질렌홀이 준다. 페르시아 왕자와 그가 지닌 놀라운 보검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를 끌어내지 못하는 서사적 약점이 드러나지만, 질렌홀의 화려한 액션이 이런 단점을 넘어선다. 고아인 다스탄이 왕에게 입양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 반면, 람보처럼 절대 칼에 맞지 않는 불사신인 다스탄은 청룽(성룡)처럼 스피디한 검술과 화려한 몸동작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한다. 브룩하이머 기획의 초점은 판타지적 이야기의 완성보다는 질렌홀의 액션으로 관객을 홀리는 데 있었던 셈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한국소니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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