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자전’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
<춘향전>은 현대소설, 드라마, 영화로 변주·반복되면서 우리의 머리에 그만큼 강하게 새겨진 고전소설이다. 영화 <방자전>은 2010년판 <춘향전>. 새로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음란서생> 등 파격적인 사극으로 호가 난 김대우 감독이 춘향전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어쩌면 바로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거상이 된 몸종 방자의 ‘성공담’
신분상승 꿈꾼 춘향은 ‘양다리’
이몽룡·변학도의 변신도 기대 감독은 <춘향전>이 방각본으로 널리 읽힌 배경에 주목한 듯하다. 조선시대 중후반 임병양란과 생산·물류의 증대에 따른 신분질서의 요동이 그것. 지배계급은 해이해진 충군열녀 사상을 고취하고, 상인계급의 팽배한 신분상승 욕구를 채워줘야 했다. 이몽룡은 임금에 충성하는 암행어사가 되어 탐관오리를 숙정하고, 기생 춘향은 이몽룡과의 충절을 지켜 정렬부인으로 신분상승한다는 내용은 안방, 사랑방에서 널리 구송되며 신분사회의 유지에 한몫했다. 저자 역시 문자깨나 쓰는 양반으로 추정된다.
영화 ‘방자전’
영화 ‘방자전’
방자에 비해 찌질해 보이지만 출세를 위해서는 사랑도 이용할 줄 아는 양반인 셈이다. 방자는 이러한 스토리를 풀어놓은 뒤, 작가한테 말한다. “인생살이를 그대로 쓰면 누가 읽겠는가? 아름답고 사랑받는 춘향의 이야기로 바꿔서 써달라”면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시범까지 보여준다. 그렇게 쓰인 게 춘향전이란다. 글쎄. 사정이 그렇다보니 <방자전>이 영화인 걸 깜박하기도 한다. 원탁과 의자에 앉아서 하는 중국식 파티가 등장하고, 암행어사가 어사화를 쓰고 귀경길에 오르고, 심지어 폭포 위에서 배드민턴까지 치는 대목이 눈에 거슬리는 쫀쫀함. 6월3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영화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