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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꺾어 보고 뒤집어 읽는 춘향·방자 ‘사랑전’

등록 2010-05-30 17:49

영화  ‘방자전’
영화 ‘방자전’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




<춘향전>은 현대소설, 드라마, 영화로 변주·반복되면서 우리의 머리에 그만큼 강하게 새겨진 고전소설이다. 영화 <방자전>은 2010년판 <춘향전>. 새로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음란서생> 등 파격적인 사극으로 호가 난 김대우 감독이 춘향전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어쩌면 바로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거상이 된 몸종 방자의 ‘성공담’
신분상승 꿈꾼 춘향은 ‘양다리’
이몽룡·변학도의 변신도 기대

감독은 <춘향전>이 방각본으로 널리 읽힌 배경에 주목한 듯하다. 조선시대 중후반 임병양란과 생산·물류의 증대에 따른 신분질서의 요동이 그것. 지배계급은 해이해진 충군열녀 사상을 고취하고, 상인계급의 팽배한 신분상승 욕구를 채워줘야 했다. 이몽룡은 임금에 충성하는 암행어사가 되어 탐관오리를 숙정하고, 기생 춘향은 이몽룡과의 충절을 지켜 정렬부인으로 신분상승한다는 내용은 안방, 사랑방에서 널리 구송되며 신분사회의 유지에 한몫했다. 저자 역시 문자깨나 쓰는 양반으로 추정된다.


영화  ‘방자전’
영화 ‘방자전’
영화는 우리가 아는 <춘향전>이 원래는 이몽룡(류승범)과 춘향(조여정)의 사랑이 아니라 방자(김주혁)와 춘향의 사랑 이야기다. 상인으로 성공한 방자가 양반 대필작가한테 자신의 성공 스토리 즉 <방자전>을 구술하는 것으로 진실의 문을 연다. 몸종 방자는 어느 날 몽룡을 따라 청풍각에 갔다가 월매(김성령)의 딸 춘향한테 반한다. 몽룡 또한 춘향한테 꽂힌 것을 보고 마음을 접으려는데, 춘향 앞에서 몽룡한테 뺨을 맞은 그는 불뚝 몽룡과 사랑으로 맞짱을 뜨기로 마음먹는다. 준수하게 생긴데다 싸움도 잘해 눈길을 끄는데다 식객 마노인(오달수)한테 전수받은 연애기술로 춘향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신분상승을 꿈꾸는 춘향은 하룻밤을 함께 보낸 대가로 몽룡과 사귀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양다리를 걸친다.

몽룡이 서울로 간 뒤, 춘향의 기둥서방이 된 방자는 외거노비로서 청풍각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동시에 남원 관아에 관급품을 대어 한재산 모은다.

김 감독은 “원래의 <춘향전>을 잊어달라”고 주문하지만 영화는 시종 <춘향전>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진짜 영화의 묘미는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머릿속에 저장된 <춘향전>의 얼개와 주인공들의 행색을 끄집어내 영화와 대조해보는 것이다.


영화  ‘방자전’
영화 ‘방자전’
이쯤에서 몽룡과 변학도의 변신이 기대되지 않는가. 변학도와 동기생으로 과거에 급제한 몽룡은 목표를 이루고 보니 시시하기 이를 데 없다. 암행어사가 된 몽룡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조정이란, 충신열녀효자효부 등 뭔가 얘기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챈 그는 남원현감으로 먼저 부임한 변학도와 옛 정인 춘향을 이용해 감동적인 사건을 만들어내기로 한다.


방자에 비해 찌질해 보이지만 출세를 위해서는 사랑도 이용할 줄 아는 양반인 셈이다. 방자는 이러한 스토리를 풀어놓은 뒤, 작가한테 말한다. “인생살이를 그대로 쓰면 누가 읽겠는가? 아름답고 사랑받는 춘향의 이야기로 바꿔서 써달라”면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시범까지 보여준다. 그렇게 쓰인 게 춘향전이란다.

글쎄. 사정이 그렇다보니 <방자전>이 영화인 걸 깜박하기도 한다. 원탁과 의자에 앉아서 하는 중국식 파티가 등장하고, 암행어사가 어사화를 쓰고 귀경길에 오르고, 심지어 폭포 위에서 배드민턴까지 치는 대목이 눈에 거슬리는 쫀쫀함. 6월3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영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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