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화속으로’
영화 ‘포화속으로’ 첫 시사
6·25 학도병들 분투기 ‘실화’
참상 사실적 묘사 호평받아
반전쪽 기울면서도 ‘어정쩡’
눈물샘 자극하며 단점 가려 영화를 보기 전, 반공영화라고 넘겨짚었다. 6·25를 다뤘고, 인민군에 맞선 어린 학도병들의 분투기이며, 인민군과 학도병의 대결투 무대가 ‘포항’이어서다. 무엇보다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영화계가 이런 쪽으로 흘러가도록 하기에 충분한 때문이었다. 이런 예상은 맞아들어가는 듯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즈음해 언론을 대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자세가 더더욱 조심스러워져 영화 속 반공의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짐작들도 많았다. 영화는 예상을 뒤집었다. 지난달 27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초청으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뜨거웠다. 상영 도중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영화가 끝난 뒤 참전용사인 존 스티븐스는 눈물이 맺힌 채 “전쟁의 참상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7일 국내 시사회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최승현·권상우·김승우·차승원 등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 눈가를 몰래 훔치는 이들이 적잖았다. 분노보다는 비감과 연민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반공’으로 가려는 영화를 애써 ‘반전’으로 돌려세우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영화는 학도병 71명이 포항전투의 참화 속에 숨져간 실화를 담았다.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최승현)은 처음으로 인민군을 쏜 뒤 크게 흔들린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 “뿔 달린 괴수인 줄 알았던 인민군이 죽음의 두려움에 임박해 ‘오마니’를 찾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인민군을 승냥이로 표현한 포스터를 찢으며 “전쟁은 왜 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다. 진짜 전쟁을 비로소 겪게 된 학도병들은 겁에 질리고 후회와 고뇌에 빠져 운다. 총격전 도중 오장범은 ‘총 든 빨갱이는 모두 쏴 죽여야 한다’는 구갑조(권상우)가 기껏해야 열예닐곱살쯤으로 보이는 인민군에 총을 겨누자 호소한다. “쏘지 마!” 북한군 장교 박무랑(차승원) 역시 전쟁을 바라보는 눈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교복을 입은 동생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포로로 잡혀온 학도병을 고문하는 장교에게 “동무 눈엔 쟤들이 군인들처럼 보이요?”라며 물을 건네고 풀어준다. 원치 않던 학도병들과의 전투를 끝내고 죽기 직전에도 장범과 갑조에게 총구를 겨누며 혼잣말처럼 되뇐다. “어쩌겠소. 동무는 남조선에서 태어났고, 나는 북조선에서 태어난 것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소재를 다루면서 영화는 힘겨운 노력 끝에 다소 비틀거리는 듯도 보인다. 하지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불꽃 튀는 전쟁을 그린 화려한 영상미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학도병과 어머니 사이의 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는데, 이런 감상적 연출이 영상미와 보태지며 반공인지 반전인지조차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반공을 어렵게 피해가며 반전 쪽으로 애써 이끌면서도, 어딘가 어정쩡한 영화의 태도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비단 제공
참상 사실적 묘사 호평받아
반전쪽 기울면서도 ‘어정쩡’
눈물샘 자극하며 단점 가려 영화를 보기 전, 반공영화라고 넘겨짚었다. 6·25를 다뤘고, 인민군에 맞선 어린 학도병들의 분투기이며, 인민군과 학도병의 대결투 무대가 ‘포항’이어서다. 무엇보다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영화계가 이런 쪽으로 흘러가도록 하기에 충분한 때문이었다. 이런 예상은 맞아들어가는 듯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즈음해 언론을 대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자세가 더더욱 조심스러워져 영화 속 반공의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짐작들도 많았다. 영화는 예상을 뒤집었다. 지난달 27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초청으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뜨거웠다. 상영 도중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영화가 끝난 뒤 참전용사인 존 스티븐스는 눈물이 맺힌 채 “전쟁의 참상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7일 국내 시사회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최승현·권상우·김승우·차승원 등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 눈가를 몰래 훔치는 이들이 적잖았다. 분노보다는 비감과 연민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반공’으로 가려는 영화를 애써 ‘반전’으로 돌려세우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영화는 학도병 71명이 포항전투의 참화 속에 숨져간 실화를 담았다.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최승현)은 처음으로 인민군을 쏜 뒤 크게 흔들린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 “뿔 달린 괴수인 줄 알았던 인민군이 죽음의 두려움에 임박해 ‘오마니’를 찾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인민군을 승냥이로 표현한 포스터를 찢으며 “전쟁은 왜 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다. 진짜 전쟁을 비로소 겪게 된 학도병들은 겁에 질리고 후회와 고뇌에 빠져 운다. 총격전 도중 오장범은 ‘총 든 빨갱이는 모두 쏴 죽여야 한다’는 구갑조(권상우)가 기껏해야 열예닐곱살쯤으로 보이는 인민군에 총을 겨누자 호소한다. “쏘지 마!” 북한군 장교 박무랑(차승원) 역시 전쟁을 바라보는 눈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교복을 입은 동생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포로로 잡혀온 학도병을 고문하는 장교에게 “동무 눈엔 쟤들이 군인들처럼 보이요?”라며 물을 건네고 풀어준다. 원치 않던 학도병들과의 전투를 끝내고 죽기 직전에도 장범과 갑조에게 총구를 겨누며 혼잣말처럼 되뇐다. “어쩌겠소. 동무는 남조선에서 태어났고, 나는 북조선에서 태어난 것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소재를 다루면서 영화는 힘겨운 노력 끝에 다소 비틀거리는 듯도 보인다. 하지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불꽃 튀는 전쟁을 그린 화려한 영상미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학도병과 어머니 사이의 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는데, 이런 감상적 연출이 영상미와 보태지며 반공인지 반전인지조차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반공을 어렵게 피해가며 반전 쪽으로 애써 이끌면서도, 어딘가 어정쩡한 영화의 태도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비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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