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임팩트맨’
영화 ‘노임팩트맨’
도시에서 전기, 자동차, 일회용품 없이, 인근에서 난 천연식품만 먹으면서 살 수 있을까.
영화 <노임팩트맨>은 뉴욕 한복판에서 1년 동안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한 한 가족 이야기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콜린은 쇼핑광 아내 미셸, 4살배기 딸 이자벨라와 함께 지구에 무해한 생활을 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하기로 한다.
냉장고·텔레비전 등을 정리하고, 음식쓰레기도 더는 배출하지 않기로 한다. 남편은 삼륜자전거를 이용하고 아내는 킥보드로 출근한다. 이들은 바나나, 파인애플 등 외국에서 실어온 과일을 먹지 않고 지역농산물 시장에서 푸드 마일리지 제로인 음식을 사먹고 텃밭도 꾸민다. 밤에는 전등 아닌 촛불을 켜고 산다.
물론 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추진하지만 어려움은 갈수록 커진다. 남편이 냉장고 대신으로 화분을 겹쳐 만든 천연냉장고는 무용지물이고, 아내는 전기가 환한 직장에서 늦게 귀가하고 몰래 커피를 마신다. 급기야 두 사람은 프로젝트를 두고 심각한 대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차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그 생활에 적응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대를 만들고 촛불 아래 모인 친구들과의 일체감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주변에서 미친놈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때로 대립하기는 하지만 가족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러한 도전이 가능한가의 문제보다는 일단 오염요인을 제거해 보면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소비와 배출행위를 해왔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화장실 휴지, 일회용 컵, 일회용 기저귀, 비닐봉투, 각종 포장지 등등. 또 인공사료와 항생제를 먹여서 키운 젖소에서 나온 우유. 나아가 아내가 근무하는 잡지사가 삼림을 벌채해 만든 펄프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가 뒤섞여 있음을 알게 된다.
콜린은 말한다. “혼자 변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각자가 변화를 추구하면 희망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면 그 모습에 영향을 받은 다른 이들도 동참할 것이다.” 17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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