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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라크 난민촌 아이들의 헐벗은 축구공

등록 2010-06-18 18:41

영화 ‘킥오프’
영화 ‘킥오프’
꽉막힌 현실 비추는 영화 ‘킥오프’
짓다가 만 콘크리트 스타디움. 사방팔방 출입구와 스탠드 처마에 제비집처럼 들어선 토막집들. 간간이 헬기의 굉음이 사선으로 지나가는 가운데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아이들은 지지배배 공을 찬다. 샤우캇 아민 코르키 감독의 영화 <킥오프>는 별도의 세트가 없다.

배경이 된 곳은 이라크 북부 유전도시 키르쿠크. 쿠르드족과 투르크멘, 아시리아인, 아랍인, 아르메니아인이 어울려 살던 곳. 1980년대 사담 후세인의 아랍화 정책으로 쫓겨난 쿠르드족이나 투르크멘족이 사담의 축출과 함께 대거 귀향해 스타디움 난민촌이 형성됐다. 모티브는 2007년 아시안컵 축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에서 쿠르드인이 포함된 이라크팀이 준결승과 결승에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각각 꺾고 우승을 하게 되는데, 우승 축하모임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수십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영화는 컬러이지만 사실상 흑백이다. 아이들은 땡볕 스탠드에서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폐타이어를 굴리고 기울어진 폐차에서 미끄럼을 탄다. 흙먼지 가운데 물차는 희망처럼 가끔 찾아오고 퇴거를 종용하는 관리들은 절망처럼 자주 찾아든다.

시를 읽는 주인공 청년 아수. 그는 지뢰로 한쪽 다리를 잃고 좋아하던 축구를 그만둔 남동생 디야르를 위해 축구경기를 추진한다. 오토바이를 태워주고 모은 돈으로 공을 사고 다민족 청년들을 모아 운동장 가득한 쓰레기를 치우고, 버려진 위장망으로 골대 그물을 씌우기까지는 오케이. 막상 유니폼을 입히고 호각을 불려 하지만 쿠르드족인 그가 편파적일 수 있다며 선수들의 비토를 받는다. 마침 초대된 텔레비전 방송사의 외국인 카메라맨한테 심판복을 입히고서야 경기가 시작된다. 관중이라고는 아이들과 히잡을 쓴 여인 몇명뿐. 그것도 응원이라고 치면 공중을 선회하는 무장 헬기가 하나 더 있다. 경기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하나밖에 없는 축구공이 터진다. 아수가 공을 사러 시장에 간 새 디야르는 축구를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며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축구공은 꽉 막힌 현실을 벗어날 유일한 출구인 셈.

코르키 감독은 쿠르드족 마을 출신으로 1975년 이라크 정부의 탄압을 피해 이란으로 가 영화수업을 받았다. 2006년 <크로싱 더 더스트>로 도쿄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쿠르드 자치정부와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의 지원을 받아 만든 게 이 영화다. 오데사의 계단을 닮은 스탠드에서 아이들과 양떼가 뛰놀고, 축구경기 도중 난데없는 말 한마리가 뛰어드는 등 사실과 초현실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정작 이라크에서는 영화관을 잡을 수 없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다음달 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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