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가장’이 된 슈렉 “딱 하루만 자유를”

등록 2010-06-20 19:59

영화 ‘슈렉 포에버’
영화 ‘슈렉 포에버’
작별 고하는 ‘슈렉 포에버’
드림웍스 10년 프로젝트 마침표
3D 입은 캐릭터 피부까지 ‘생생’
각종 기록 4편서도 이을지 주목

슈렉이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2010년 <슈렉 포에버>와 함께. 2001년 자기 이름을 내건 영화 <슈렉>에서 주연을 맡으며 존재를 알린 늪지대 초록괴물이 이번 4편을 끝으로 영화사로 사라진다. 17일 시사회장에 나타난 슈렉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계단을 오르내렸다.

잘 가오 슈렉!

못생기고 힘센 괴물 슈렉이 머드팩을 즐기던 어느 날 동화 속 주인공들이 몰려온다. 파콰드 영주한테 쫓겨난 것이다. 슈렉은 당나귀 절친 덩키와 함께 담판을 지으러 갔다가 엉뚱하게도 용의 성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하게 된다. 피오나 공주는 슈렉에게 끌리지만 파콰드 영주와 결혼을 결심한다. 결혼식 날, 슈렉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피오나 공주는 마법이 풀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슈렉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게 앞선 <슈렉>의 이야기.


영화 ‘슈렉 포에버’
영화 ‘슈렉 포에버’
<슈렉 포에버>에서 슈렉은 피오나와의 사이에 세쌍둥이를 둔 가장이다. 죽고 못 살던 피오나는 등 돌리고 자고, 슈렉은 젖병 물리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고 똥통을 비운다. 반복, 반복, 반복되는 일상의 따분함에 염증을 느낀 슈렉은 ‘단 하루라도 자유로워진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며 가출한다. 이때 국민 앞잡이 이수근을 닮은 악당 럼펠이 나타나 꼬드긴다. 자유를 대가로 24시간을 넘기라는 것. 손해날 것 없다 싶어 덥썩 계약서에 서명하자 슈렉은 ‘완전 딴판 겁나먼 세상’으로 순간이동한다. 절친 동키는 슈렉을 미친 괴물 취급하고, 피오나는 그한테 하이킥을 날리고, 장화 신은 고양이는 디(D)라인의 고양이가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단 하루’가 슈렉이 태어나기 직전 날이었던 것. 24시간 안에 제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슈렉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때부터 친구들과 왕국, 그리고 사랑을 되찾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한국의 부채춤, 비보이팀 티아이피(T.I.P)의 안무가 슈렉 패거리들의 춤에 차용되기도 했다.

초록 괴물 속 기술 변천사

10년에 걸쳐 슈렉 시리즈를 만든 드림웍스는 애니메이션에서의 기술혁신을 이끌어냈다. 2001년 1편에서 처음으로 ‘안면근육 애니메이션 시스템’을 선보였다. 실제 인간의 얼굴과 똑같이 두개골, 근육, 피부, 주름 등의 레이어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각 근육을 조작에 따라 반응하도록 프로그램화해 섬세하고 복잡 다양한 표정을 구현했다. 2004년 <슈렉2>에선 디시시(DCC·Dynamic Crowd Characte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성별, 나이, 체격,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을 다양하게 조합해 만든 원형에다 박수치기, 손 흔들기, 걷기 등의 행동을 선택한 다음 지형에 맞춰 발걸음의 방향과 위치, 그리고 스피드까지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로써 슈렉 부부를 환영하기 위한 6000여명의 인파를 다이나믹하게 재현했다. 2007년, <슈렉3>은 반사광, 투과광까지 반영해 입체감을 더욱 실감나게 재현했다.

그리고 이번 4편은 인트루 3디가 신기술의 꽃으로 도입됐다. 캐릭터들은 진짜 살아 움직이는 피부를 얻고, 캐릭터를 둘러싼 공간은 생생하게 느껴지는 깊이와 부피감을 얻었다. 여전사로 변모한 피오나가 투구를 벗을 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슈렉이 럼펠의 궁전에서 탈출하기 위해 마법 빗자루에 올라타고 궁전을 누비는 장면은 신기술로 만들어낸 깊고 넓은 공간감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가 돋보인다.

슈렉이 남긴 기록들


영화 ‘슈렉 포에버’
영화 ‘슈렉 포에버’
흥행성적도 기술적 성취 못지않다. <슈렉>의 내숭 없는 공주와 못생긴 초록 괴물이 펼치는 동화 비틀기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앞선 3편 모두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수입 톱10에 올랐다. 특히 <슈렉2>는 역대 미국 애니메이션 중 박스오피스 1위, <슈렉3>는 역대 미국 애니메이션 오프닝 스코어 1위를 차지했다. <슈렉> 2억6766만달러, <슈렉2> 4억4120만달러, <슈렉3> 3억2270만달러 등 미국 내 극장 수입만도 10억3166만달러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1~3편 합쳐 835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슈렉은 2001년 제54회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는 20년 만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는 50여년 만의 일이었다. 2004년 <슈렉 2> 역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슈렉은 탄생 10년 만인 지난 5월20일, 2408번째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긴 스타가 됐다. 미키마우스가 탄생 50년 만에, 도널드 덕이 63년, 곰돌이 푸가 81년, 팅커벨이 97년이 올린 것보다 훨씬 빠르고 11년 만에 이름을 올린 심슨가족보다도 짧은 기록이다. 7월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럼펠 목소리 연기한 이수근

타고난 너스레 ‘악당’역에 맞춤!


럼펠 목소리 연기한 이수근
럼펠 목소리 연기한 이수근
17일 왕십리 씨지브이(CGV) 극장에서 열린 3디(D) 애니메이션 <슈렉 포에버> 기자시사회 뒤, 개그맨 이수근이 세일러 모자에 축구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채 나타났다. 무대에 오르면서도 입을 쉬지 않고 너스레를 떤다. “(이)근호가 (이 옷을) 줬는데, 근호가 못 가서 마음이 아픕니다.” 마침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열린 날이다.

딴소리가 민망한지 바로 애니메이션 얘기를 했다. “아이들은 제 목소리만 들어도 빵빵 터져요. 수근이 아저씨 목소리 기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슈렉 시리즈 마지막인 4번째 편 우리말 더빙판에서 그는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그가 입을 맞춘 건 슈렉을 교묘하게 속여 왕국을 빼앗는 악당 럼펠 역이다.

4편까지 나오도록 우리말 더빙을 한 연예인은 이번 이수근이 처음이다. 그가 악당 목소리 연기에 나서게 된 데는 예능프로 <1박2일> 영향이 크다. 거기서 얻게 된 ‘앞잡이 캐릭터’가 맞춤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마따나 “누군가를 꼬시고 꾐에 빠뜨리는 럼펠”은 <1박2일>에서 설정된 이수근이 딱이다.

너스레도 최고지만 이수근은 열의도 대단했다. 짧은 짬을 타 분장까지 하고 나타났다. 키가 작은 편인데다 길게 위로 뻗친 빨간 머리 가발을 쓰고 옷까지 갖춰 입으니 럼펠에 겹쳐진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럼펠 의상 제작도 직접 부탁드렸죠. 옷까지 차려입었더니 정말 럼펠이 된 기분이에요. 보시는 그대롭니다. 작고, 아담하죠. 키 180㎝ 되는 연예인이 나와서 이 옷을 입으면 징그럽거든요. 잘 어울리죠? 그쵸?”

더빙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머리털과 작은 나뭇잎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3디 애니메이션에서 입 모양이 진짜 사람처럼 표현되는데, 거기에 우리말을 맞추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영어 대사를 우리말로 뉘앙스까지 완전히 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수근도 솔직히 털어놨다. “영어에 맞춰 제작된 장면이라 입모양 맞추기가 까다롭거나 어색한 장면도 있었어요. 더빙은 3시간만 해도 목소리가 갈라져서 쉬었다 해야 하는데 특히 오래 걸린 대사는 몇번씩 녹음하기도 했죠. 한국말 특유의 억양을 살려서 재밌게 하고 싶었는데, 영어 대사 입모양에 맞춰야 해서 어색하기도 했지요.”

<슈렉 포에버>의 주요한 모티브는 피오나 공주를 구하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 슈렉이 아빠와 남편이라는 생활인으로 느끼는 권태감이다. 그래서 슈렉은 럼펠의 꼬임에 빠져 그리운 과거로 잠시 돌아간다. 이수근 역시 우스개로 공감을 표했다. “(슈렉에게 허락된 만큼의) 하루는 너무 짧죠. 하지만 현재를 즐기겠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어, 어, 없어요.” 말 더듬는 시늉으로, 아내의 눈치를 본다는 걸 여실히 표현한다. 순발력에 타고난 너스레와 우스개 덕분에, 개그맨인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던 드림웍스 미국 본사에선 목소리 샘플을 듣고 그를 극찬했다고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영화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