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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하얀 리본’, 마하엘 하네케의 절제된 흑백필름

등록 2010-06-23 21:56

‘하얀 리본’
‘하얀 리본’
2009 칸 황금종려상 ‘하얀 리본’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얀 리본>(사진)이 일년 만에 국내에서 7월1일 지각 개봉한다. 역대 수상작들이 한국에서는 흥행과 무관했던 만큼 그러려니 하지만 영화 마니아들한테는 그래도 반가운 일이다.

칸 수상작이거니 어려울 법한데다 <퍼니게임> <피아니스트> <늑대의 시간> 등을 만든 거장 감독 마하엘 하네케의 작품이라 꼼꼼히 봐야 한다. 배경은 1913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 독일의 어느 마을. 그해는 사라예보의 총성 하나가 유럽 전역을 전쟁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툭 건드리면 터질 듯 모순이 팽배했고 그런 징후는 ‘독일의 어느 마을’까지 뒤덮고 있었다. 제목 하얀 리본은 순결, 정직을 빌미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구속하던 ‘끈’에서 따왔다. 그 끈은 한해 동안 아이들의 팔뚝에 완장처럼 채워 행동과 의식을 옥죄고, 밤이면 침대에 묶어 잠자리에서조차 옴짝달싹 못하도록 묶는 도구였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절제된 흑백필름이고, 그 색깔은 기억이 탈색된 노인의 회고담이라는 형식과 일치한다. 이상 준비운동 끝.

시작은 마을에 하나뿐인 의사가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다. 이어 농부의 아내가 실족(?)해 숨지고, 마을의 주인 격인 남작의 아이 하나가 심하게 구타당한다. 누군가 양배추 밭을 쑥밭으로 만들고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사건이 터진다. 성격이 다른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관심은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일까에서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질까로 관심이 옮겨간다. 아들이 린치를 당하자 남작이 마을사람들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마을은 불신에 휩싸이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감독 역시 사건해결에는 무관심해 그때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총각선생이었던 화자의 시각에서 몇 개의 단서를 주고 동네에 떠도는 소문을 들려주면서 ‘알아서들 판단하라’고 던져줄 뿐이다. 그러곤 전쟁이다. 골치 아픈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골치 아프게 한다. 당대 독일의 사진작가 아우구스트 잔더의 작품을 응용한 터라 영화는 배경, 인물, 의상, 구도 등이 똑 부러지는 흑백사진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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