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퓨지’
새 영화 ‘레퓨지’
프랑수아 오종 감독 작품
실제 임신한 배우가 주연
프랑수아 오종 감독 작품
실제 임신한 배우가 주연
곰이 겨울잠을 깨면 새해다. 생명이 숨을 고르는 계절을 그렇게 넘어 또다른 사계절의 시작을 맞는 것이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 <레퓨지>는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 된 약물중독 여성이 뱃속의 생명이 점점 자라남과 함께 자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레퓨지는 주인공 무스가 숨어든 바닷가의 은신처인 동시에 외부에서 입은 상처와 고통을 감싸안고 치유해주는 안식처를 말한다.
젊은 연인 무스와 루이는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헤로인을 맞는다. 다음날 루이는 죽은 채 발견되고, 무스는 병원 응급실에서 깨어나면서 임신 8주임을 알게 된다. 남친 엄마는 아이를 떼라고 하지만 무스는 이를 무시하고 남녘 바닷가로 숨어든다. 배가 불러오는 가운데 루이의 동생 폴이 찾아와 함께 머물게 된다. 폴은 루이를 낳은 뒤 더이상 임신을 못 하게 된 엄마가 입양한 아이. 남친을 잃은 무스와 집안에서 앵도는 폴은 동병상련으로 점점 가까워진다. 햇빛 살랑이고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그곳은 태아가 깃든 자궁과 같은 곳. 두 사람은 뱃속의 아이처럼 안온함 속에서 정신적으로 무럭무럭 성장해 간다. 하지만 만남은 이별. 폴이 떠나가자 무스는 지금껏 느끼지 못한 상실의 고통을 느낀다.
무스는 의문투성이 떠돌이. 루이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알 수 없고, 바닷가 은신처도 루이 이전에 알았던 아버지뻘 맹인이 제공했다고 지나가듯이 말한다. 자신에게 루이가 들어왔었음도 폴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떠돌이한테 임신은 아홉 달 동안의 속박. 파리의 산부인과 병실을 찾아온 폴한테 루이의 이름을 따서 루이스라 이름 지은 핏덩이를 맡기고 떠난다. 그것도 담배 한대 피우러 가겠다면서 훌쩍. 언젠가 엄마 자격이 되면 돌아온다고 독백하지만 그것은 가봐야 아는 일.
철없는 무스한테 세상은 고통의 바다. 도시에서는 아파트와 헤로인으로 숨어들고, 임신해서는 한적한 바닷가로 숨어든다. 하지만 숨바꼭질은 어린아이나 하는 놀이.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무스는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가 병원을 탈출하여 지하철을 타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결말이다.
영화는 점점 부풀어 오르는 여성의 복부를 에로틱하게 그린다. 무스를 맡은 배우 이자벨 카레는 실제로 임신으로 배가 부르고 출산으로 배가 꺼졌다. “난 당신의 부풀어 오른 복부를 카메라로 어루만질 것이다. 그게 바로 영화의 핵심이다.” 오종 감독이 카레를 꾀면서 했다는 말이다. 15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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