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3600만 조회 기록 윤태호 웹 만화 각색…박해일·정재영 주연
원작 팬 충성도 높아 ‘고심’… 만화 장르적 특성 넘느라 ‘고행’
원작 팬 충성도 높아 ‘고심’… 만화 장르적 특성 넘느라 ‘고행’
-잘될 것 같나?
“시사회 반응이 좋다. 기분 좋아 족발집에 가서 스태프, 배우들하고 술을 마셨다. 최소 400만~500만명은 갈 것이다. 그 정도면 다음 영화 찍는 데 지장은 없다.”
-이 영화에서 강우석 표는 뭔가?
“웃음이다. 원작은 진지하고 어둡다. 영화로 옮기면 지루하고 답답하다. 영화는 밝아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천용덕 이장, 박민욱 검사도 원래는 웃기지 않는데 웃음코드를 넣었다.
-웃음은 어디서 나오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안 맞는 말이나 모순적인 행동이 나올 때다. 예를 들면 천용덕 이장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근엄하게 차를 따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새우깡을 아작거리고, 요구르트를 쪽쪽 빠는 것이 그렇다. 시나리오 단계서는 안 나온다. 대개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더라.”
-영화는 원작과의 대결인가?
“처음 원작자를 만나 ‘당신 못 넘으면 영화 하나 마나다. 당신을 넘어간다. 책도 넘어간다’고 말했다. 첫 관객들은 아마 만화팬일 것이다. 그들이 ‘이게 뭐냐’고 하면 큰일 아닌가. 애초 내가 <이끼>를 선택했을 때 반대 많았다. 강우석이 재미 위주로 하면서 겉핥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중 삼중의 적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만화를 못 넘으면 어쩌나’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한마디로 심판관이 너무 많다.”
-그래서 넘어섰나? “단언은 못 한다. 하지만 자신 있다.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만화를 보는 사람도 꽤 있을 거다. 강우석의 웃음코드가 추가됐다고 하니, 원작이 어떤가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만화에서 영화로 장르 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만화의 장점은 비약과 비현실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이번주에 현실을 얘기하다가 다음주에는 회상으로 넘어가도 된다. 영화는 이유없이 회상으로 넘어가면 큰일이다. 이유와 연결고리를 정확히 만들어줘야 한다. 영화를 보고 가장 만족한 이는 원작자다. 일주일 단위로 일정에 쫓기고, 혼자서 작업을 다 하다 보니 대충 넘어간 것들을 영화가 다 밟아줬다. 만화의 장점이 곧 영화의 단점이다. 만화는 배경을 펜으로 그리면 되지만 영화는 죽어난다. 만화에 나오는 마을은 어디에도 없다. 이장의 집이 마을 전체를 굽어보며 지배하는 데가 어디 있나. 비슷한 지형의 장소를 찾아 마을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전체 순투자비 55억원 중 20억이 미술비용이다. 작은 영화 한편을 찍을 수 있는 금액이다.” -스릴러에 코미디를 섞는 게 만만치 않았을 거다. “죽는 줄 알았다. 이거 안 먹히면 나는 병신이 되는 거다. 찍으면서 골이 지끈지끈 아팠다. 예를 들어 언덕 추격 장면. 앞에서는 흉기를 들고 추격전이 벌어지고 뒤따르는 이장과 김덕천이 서로 빨리 가려고 경쟁하는데, 여기서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영화는 주책바가지처럼 보인다. 그 장면은 현장에서 만든 거다. 찍을 때 스태프들이 정말 재밌다면서 막 웃더라.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나는 20년 이상 웃음을 연구했다. 첫 술자리라도 5분이면 상대를 웃길 수 있다. 몸에 배어 있다.” -배우들은 힘들어하지 않았나? “눈 뒤집고, 거품 물고… 만화의 표정을 배우들이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배우들은 만화의 감성을 옮겨 그 이상을 뽑아내야 했다. 촬영 첫 일주일은 확신이 서지 않아 주저주저했다. 배우들이 처음 주눅이 든 것도 그런 탓이다. 나중에는 많이 의지해왔다.” -러닝타임 2시간 43분은 너무 길지 않은가? “내 작품 중 가장 길다. 조연 6명의 등장과 퇴장을 정확히 하려니 불가피했다. 뭔가 해보자고 모인 이들 모두에게 사연을 부여하려니 그렇게 됐다. 인물을 축약하면 재미가 없다. 두 시간을 넘기면 지루해할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드라마 부분으로 들어오면 짜증난다 하지 않을 거다.” -18금이다.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것이나 불태워 죽이기, 송곳으로 찌르기 등 걸리는 게 많다. 순화를 해 15살로 하면 200만~300만명이 더 들 수도 있지만 그런 손해를 감수했다. 진한 장면은 없다. 배우가 벗겠다는 걸 말렸다. 없어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잔혹함도 지금보다 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 불편해진다. 심의 때 자르겠냐고 묻더라. 거절했다.” -기존 사회성 짙은 영화와 사뭇 다르다. “그런 영화를 계속하다 보니 질렸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음 영화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야구팀 이야기다. <이끼>를 거치니 편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나이 쉰을 넘기니 영화도 깊어져야 하지 않겠나 싶다. 늙었다는 징조인지 모른다. 긍정적인 게 내 장점이고 ‘착하게 살자’가 내 신조다. 지금껏 살아온 것을 풀어내면 감동을 주지 않을까?” -제작사를 차린 지 17년이다. “직접 찍은 게 17편이고 투자제작한 게 130편쯤 된다. 2000년 초까지는 히트율이 30%쯤 됐다. <공공의 적> 이후 8편, <왕의 남자> 이후 6편 내리 망했다. 작년에도 다 망했다. 헝그리정신이 없어지면서 치밀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대충대충하고 있었고 빚이 엄청나게 늘어났더라. 똘똘한 거 두개면 털 수 있다. 씨제이 쪽에서 그러더라. 이번에 대박 쳐도 빚 다 갚지 말라고. 그러면 일 안 할지도 모른다며.”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그래서 넘어섰나? “단언은 못 한다. 하지만 자신 있다.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만화를 보는 사람도 꽤 있을 거다. 강우석의 웃음코드가 추가됐다고 하니, 원작이 어떤가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만화에서 영화로 장르 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만화의 장점은 비약과 비현실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이번주에 현실을 얘기하다가 다음주에는 회상으로 넘어가도 된다. 영화는 이유없이 회상으로 넘어가면 큰일이다. 이유와 연결고리를 정확히 만들어줘야 한다. 영화를 보고 가장 만족한 이는 원작자다. 일주일 단위로 일정에 쫓기고, 혼자서 작업을 다 하다 보니 대충 넘어간 것들을 영화가 다 밟아줬다. 만화의 장점이 곧 영화의 단점이다. 만화는 배경을 펜으로 그리면 되지만 영화는 죽어난다. 만화에 나오는 마을은 어디에도 없다. 이장의 집이 마을 전체를 굽어보며 지배하는 데가 어디 있나. 비슷한 지형의 장소를 찾아 마을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전체 순투자비 55억원 중 20억이 미술비용이다. 작은 영화 한편을 찍을 수 있는 금액이다.” -스릴러에 코미디를 섞는 게 만만치 않았을 거다. “죽는 줄 알았다. 이거 안 먹히면 나는 병신이 되는 거다. 찍으면서 골이 지끈지끈 아팠다. 예를 들어 언덕 추격 장면. 앞에서는 흉기를 들고 추격전이 벌어지고 뒤따르는 이장과 김덕천이 서로 빨리 가려고 경쟁하는데, 여기서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영화는 주책바가지처럼 보인다. 그 장면은 현장에서 만든 거다. 찍을 때 스태프들이 정말 재밌다면서 막 웃더라.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나는 20년 이상 웃음을 연구했다. 첫 술자리라도 5분이면 상대를 웃길 수 있다. 몸에 배어 있다.” -배우들은 힘들어하지 않았나? “눈 뒤집고, 거품 물고… 만화의 표정을 배우들이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배우들은 만화의 감성을 옮겨 그 이상을 뽑아내야 했다. 촬영 첫 일주일은 확신이 서지 않아 주저주저했다. 배우들이 처음 주눅이 든 것도 그런 탓이다. 나중에는 많이 의지해왔다.” -러닝타임 2시간 43분은 너무 길지 않은가? “내 작품 중 가장 길다. 조연 6명의 등장과 퇴장을 정확히 하려니 불가피했다. 뭔가 해보자고 모인 이들 모두에게 사연을 부여하려니 그렇게 됐다. 인물을 축약하면 재미가 없다. 두 시간을 넘기면 지루해할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드라마 부분으로 들어오면 짜증난다 하지 않을 거다.” -18금이다.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것이나 불태워 죽이기, 송곳으로 찌르기 등 걸리는 게 많다. 순화를 해 15살로 하면 200만~300만명이 더 들 수도 있지만 그런 손해를 감수했다. 진한 장면은 없다. 배우가 벗겠다는 걸 말렸다. 없어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잔혹함도 지금보다 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 불편해진다. 심의 때 자르겠냐고 묻더라. 거절했다.” -기존 사회성 짙은 영화와 사뭇 다르다. “그런 영화를 계속하다 보니 질렸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음 영화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야구팀 이야기다. <이끼>를 거치니 편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나이 쉰을 넘기니 영화도 깊어져야 하지 않겠나 싶다. 늙었다는 징조인지 모른다. 긍정적인 게 내 장점이고 ‘착하게 살자’가 내 신조다. 지금껏 살아온 것을 풀어내면 감동을 주지 않을까?” -제작사를 차린 지 17년이다. “직접 찍은 게 17편이고 투자제작한 게 130편쯤 된다. 2000년 초까지는 히트율이 30%쯤 됐다. <공공의 적> 이후 8편, <왕의 남자> 이후 6편 내리 망했다. 작년에도 다 망했다. 헝그리정신이 없어지면서 치밀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대충대충하고 있었고 빚이 엄청나게 늘어났더라. 똘똘한 거 두개면 털 수 있다. 씨제이 쪽에서 그러더라. 이번에 대박 쳐도 빚 다 갚지 말라고. 그러면 일 안 할지도 모른다며.”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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