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강우석 “20년 이상 웃음을 연구했다 먹혀야 되는데”

등록 2010-07-04 17:44수정 2010-07-04 19:11

강우석 감독
강우석 감독
3600만 조회 기록 윤태호 웹 만화 각색…박해일·정재영 주연
원작 팬 충성도 높아 ‘고심’… 만화 장르적 특성 넘느라 ‘고행’
-잘될 것 같나?

“시사회 반응이 좋다. 기분 좋아 족발집에 가서 스태프, 배우들하고 술을 마셨다. 최소 400만~500만명은 갈 것이다. 그 정도면 다음 영화 찍는 데 지장은 없다.”

-이 영화에서 강우석 표는 뭔가?

“웃음이다. 원작은 진지하고 어둡다. 영화로 옮기면 지루하고 답답하다. 영화는 밝아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천용덕 이장, 박민욱 검사도 원래는 웃기지 않는데 웃음코드를 넣었다.

-웃음은 어디서 나오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안 맞는 말이나 모순적인 행동이 나올 때다. 예를 들면 천용덕 이장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근엄하게 차를 따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새우깡을 아작거리고, 요구르트를 쪽쪽 빠는 것이 그렇다. 시나리오 단계서는 안 나온다. 대개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더라.”

-영화는 원작과의 대결인가?

“처음 원작자를 만나 ‘당신 못 넘으면 영화 하나 마나다. 당신을 넘어간다. 책도 넘어간다’고 말했다. 첫 관객들은 아마 만화팬일 것이다. 그들이 ‘이게 뭐냐’고 하면 큰일 아닌가. 애초 내가 <이끼>를 선택했을 때 반대 많았다. 강우석이 재미 위주로 하면서 겉핥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중 삼중의 적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만화를 못 넘으면 어쩌나’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한마디로 심판관이 너무 많다.”


-그래서 넘어섰나?

“단언은 못 한다. 하지만 자신 있다.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만화를 보는 사람도 꽤 있을 거다. 강우석의 웃음코드가 추가됐다고 하니, 원작이 어떤가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만화에서 영화로 장르 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만화의 장점은 비약과 비현실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이번주에 현실을 얘기하다가 다음주에는 회상으로 넘어가도 된다. 영화는 이유없이 회상으로 넘어가면 큰일이다. 이유와 연결고리를 정확히 만들어줘야 한다.

영화를 보고 가장 만족한 이는 원작자다. 일주일 단위로 일정에 쫓기고, 혼자서 작업을 다 하다 보니 대충 넘어간 것들을 영화가 다 밟아줬다. 만화의 장점이 곧 영화의 단점이다. 만화는 배경을 펜으로 그리면 되지만 영화는 죽어난다. 만화에 나오는 마을은 어디에도 없다. 이장의 집이 마을 전체를 굽어보며 지배하는 데가 어디 있나. 비슷한 지형의 장소를 찾아 마을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전체 순투자비 55억원 중 20억이 미술비용이다. 작은 영화 한편을 찍을 수 있는 금액이다.”

-스릴러에 코미디를 섞는 게 만만치 않았을 거다.

“죽는 줄 알았다. 이거 안 먹히면 나는 병신이 되는 거다. 찍으면서 골이 지끈지끈 아팠다. 예를 들어 언덕 추격 장면. 앞에서는 흉기를 들고 추격전이 벌어지고 뒤따르는 이장과 김덕천이 서로 빨리 가려고 경쟁하는데, 여기서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영화는 주책바가지처럼 보인다. 그 장면은 현장에서 만든 거다. 찍을 때 스태프들이 정말 재밌다면서 막 웃더라.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나는 20년 이상 웃음을 연구했다. 첫 술자리라도 5분이면 상대를 웃길 수 있다. 몸에 배어 있다.”

-배우들은 힘들어하지 않았나?

“눈 뒤집고, 거품 물고… 만화의 표정을 배우들이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배우들은 만화의 감성을 옮겨 그 이상을 뽑아내야 했다. 촬영 첫 일주일은 확신이 서지 않아 주저주저했다. 배우들이 처음 주눅이 든 것도 그런 탓이다. 나중에는 많이 의지해왔다.”

-러닝타임 2시간 43분은 너무 길지 않은가?

“내 작품 중 가장 길다. 조연 6명의 등장과 퇴장을 정확히 하려니 불가피했다. 뭔가 해보자고 모인 이들 모두에게 사연을 부여하려니 그렇게 됐다. 인물을 축약하면 재미가 없다. 두 시간을 넘기면 지루해할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드라마 부분으로 들어오면 짜증난다 하지 않을 거다.”

-18금이다.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것이나 불태워 죽이기, 송곳으로 찌르기 등 걸리는 게 많다. 순화를 해 15살로 하면 200만~300만명이 더 들 수도 있지만 그런 손해를 감수했다. 진한 장면은 없다. 배우가 벗겠다는 걸 말렸다. 없어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잔혹함도 지금보다 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 불편해진다. 심의 때 자르겠냐고 묻더라. 거절했다.”

-기존 사회성 짙은 영화와 사뭇 다르다.

“그런 영화를 계속하다 보니 질렸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음 영화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야구팀 이야기다. <이끼>를 거치니 편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나이 쉰을 넘기니 영화도 깊어져야 하지 않겠나 싶다. 늙었다는 징조인지 모른다. 긍정적인 게 내 장점이고 ‘착하게 살자’가 내 신조다. 지금껏 살아온 것을 풀어내면 감동을 주지 않을까?”

-제작사를 차린 지 17년이다.

“직접 찍은 게 17편이고 투자제작한 게 130편쯤 된다. 2000년 초까지는 히트율이 30%쯤 됐다. <공공의 적> 이후 8편, <왕의 남자> 이후 6편 내리 망했다. 작년에도 다 망했다. 헝그리정신이 없어지면서 치밀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대충대충하고 있었고 빚이 엄청나게 늘어났더라. 똘똘한 거 두개면 털 수 있다. 씨제이 쪽에서 그러더라. 이번에 대박 쳐도 빚 다 갚지 말라고. 그러면 일 안 할지도 모른다며.”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영화 ‘이끼’
영화 ‘이끼’

2시간43분 코믹스릴러 ‘이끼’


‘인간 독종’과 ‘음흉한 마을’의 한판 게임

터뜨렸다 하면 <공공의 적> <투캅스> 등 시리즈, 건드렸다 하면 <한반도> <실미도> 등 묵직한 소재. 하는 족족 빵빵 터뜨리면서 히트제조기라 불리는 강우석 감독이 이번엔 웹만화 <이끼>에 도전했다. 강우석표 <이끼>가 과연 어떻게 등장할지는 올 상반기 영화계 최고 관심사 중 하나였다.

만화가 윤태호씨의 원작 <이끼>는 페이지뷰가 3600만을 넘기며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의 스릴러인데다, 평이한 대사 속에 심오함을 감추고 있으며 궁극은 인간의 실존문제를 건드려 많은 성인 만화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야기는 주인공 유해국이 20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아버지가 살던 마을로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자기 사건을 맡았던 검사를 매장시킬 정도로 독종인 주인공이 맞닥뜨린 것은 “장례 끝나면 바로 올라갈 거지?”라는 마을 사람들의 떨떠름한 반응. 눈빛과 한마디 말로 상대를 휘어잡는 천용덕 이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사연 한가지씩 품음 직한 표정들이다.

‘이놈들이 아버지를 죽인 거 아니냐’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밖에. 그때부터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풋내기 인간독종과 순박함 속에 뭔가를 감춘 마을사람들의 게임이 시작된다.

얼추 골격이 드러나는 초기부터 돈을 싸들고 영화업자들이 달려들었다. 강 감독이 <이끼>를 알게 된 것은 판권을 사들인 레츠필름 김순호씨가 만화 첫권을 들고 와 ‘투자해 볼 생각 없수’ 하고 물으면서다. 거절할 명분을 찾기 위해 만화를 훑어내리다가 ‘어? 이거 물건이네!’ 했단다.

문제는 만화독자들의 충성도. 강 감독이 연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게시판이 왁자해졌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원작을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었다. 이어서 캐스팅이 시작됐다. 유해국은 일찌감치 박해일로 정해졌고, 이장에는 변희봉, 최주봉, 최종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죽는 줄 알았다는 게 강 감독의 변이다. 이런 변이 있나? 천하의 그가…. 우선은 비약이 많은 만화를 말이 통하게 메우고 수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박해일, 유해진, 유준상, 유선, 김상호, 김준배, 허준호 외에 이장 역에 허를 찌른 정재영 캐스팅.

그리고 강우석 상표 붙이기! 웃음코드다. 시종 진지하고 어두운 만화에 웃음을 얹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서스펜스가 극에 이를 시점이면 천용덕 이장과 꼬붕 김덕천, 그리고 박민욱 검사 등의 애드리브가 톡톡 터진다.

서스펜스도 정공법을 택했다. 파충류, 사냥개를 등장시켜 꺅 놀래거나 두두둥 배경음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기계식이 아니라 등장인물 자체로써 관객을 조였다 풀었다 하다가 엔딩에서 확 몰아치는 구성이다. 2시간 43분. 끝나고 나서 시계를 보면 어느새 그렇게 흘러 있다. 15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