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이클립스’
새 영화 <이클립스>는 고3 졸업반 아이들의 닭살사랑 이야기.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시애틀과 가까운 포크스에서 경찰관인 아빠와 함께 사는 고딩. 그를 둘러싸고 부잣집 아들에다 천재이고 깎은 듯이 잘생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인디언 집안의 아들이며 격정적이고 몸짱인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격돌한다. 벨라는 이성적인 에드워드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제이콥의 열정적인 대시에 어쩔 줄 몰라 왔다갔다 헷갈린다. 대학 진학을 해야 하는 외적인 부담에 질풍노도와 같은 젊음을 감춘 10대 말 고등학생들의 추파춥스 같은 이야기다. 그뿐이면 재미없지. 에드워드는 100살 먹은 ‘채식주의’ 뱀파이어이고 제이콥은 분노가 극에 이르면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이다.
10대들의 일상적인 사랑이야기에다 북유럽과 인디언의 환상적인 전설을 짬뽕으로 버무린 <이클립스>는 스테프니 마이어의 소설이 원작. 1편 <트와일라잇>(2008), <뉴문>(2009)에 이은 시리즈 세번째다. 원작이 1억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인데다 영화로 옮긴 1편과 2편이 각각 4억달러, 7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터라 3편 <이클립스>는 일찍부터 입길에 올랐다. 게다가 벨라 때문에 뱀파이어들끼리 살육이 벌어지고(1편), 늑대인간이 등장한 가운데 앙심을 품은 뱀파이어가 벨라를 추적하는(2편) 등 갈등이 고조되다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한판 붙는 단계인지라 관심이 더욱 높았다.
이야기도 그렇지만, 뱀파이어들의 초능력 그리고 늑대인간이 뱀파이어들을 덮치고 뒹구는 장면이 나오는 터라 1, 2편보다 훨씬 역동적일 수밖에. 실제와 흡사한 추격과 전투신은 ‘매직카펫’과 와이어 액션,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되었다. 매직카펫은 환승 지하철 역 통로에 깔린 무빙워크와 같은 원리. 배우들이 시속 40마일로 움직이는 카펫 위를 달리고 배경으로 숲 속 영상을 합성하면 엄청난 속도로 숲 속을 질주하는 장면이 구현된다. 또 와이어 액션에 사용된 ‘파쿠르’는 체조와 곡예가 접목된 스포츠인데, 이로써 등장인물이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고 거대한 바위를 뛰어넘는 초현실적 장면이 가능했다.
고딩의 달콤짭조름한 사랑과 뱀파이어-늑대인간의 싸움을 이으려니 무리수는 불가피해 보인다. 각각의 배경이 동떨어진 것도 그렇다. 생활은 학교와 집에서, 전투는 침엽수 숲과 눈 내리는 산에서, 사랑은 비현실적인 꽃밭에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은 “이건 영화야”라는 속삭임이 된다. 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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