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하녀〉, 〈시〉.
수상작 ‘시’ ‘하하하’ 손익분기점 못미치거나 체면치레
수상 못한 ‘하녀’ 230만 관객몰이로 웃음꽃 ‘활짝’
수상 못한 ‘하녀’ 230만 관객몰이로 웃음꽃 ‘활짝’
올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힘을 알리고 온 3총사, <시> <하녀> <하하하>. 과연 흥행성적은 어떨까? 상영 막바지인 세 작품의 흥행성적표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는 울었고, <하하하>는 씁쓸한 표정, 웃은 건 <하녀>뿐이다. 상을 받은 두 편은 흥행에 참패했고, 수상에 실패한 <하녀>가 오히려 성공한 셈이다. 칸영화제 수상작들은 관객이 오히려 외면하는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칸영화제에서 주요상인 각본상을 받은 <시>는 5월13일 개봉해 6월 말까지 21만명을 동원했다. 순 제작비는 16억원,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80만명이 들었어야 했지만 크게 미치지 못한 채 최근 상영을 거의 끝냈다. 영화가 거둔 성취에 견주면 우울한 결과다. 이창동 감독이 이미 칸에서 “(전작)<밀양>도 송강호, 전도연이 당대 최고 배우인데도 흥행이 안됐다”며 “<시>에는 젊은 배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흥행이 안 될 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나마 기대해볼 것은 외국 수출이다. <시>는 프랑스에 이어 미국에서도 올가을 개봉할 예정으로, 수출 실적 60만달러를 넘겼다. 그래도 <시> 마케팅사 관계자는 “수출로 손익분기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의 부진은 젊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소재와 캐스팅의 영향이 컸지만, 개봉 스크린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개봉 초기 스크린이 200여개로, 요즘 개봉한 <방자전>이나 <포화 속으로> 등이 500개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6월 말 기준으로 간신히 5만명을 넘겼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지만 흥행은 거의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5월6일 전국 29개 영화관에서 상영되기 시작해 현재는 6개관에서 상영중이며 앞으로 2주 뒤면 상영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객수는 훨씬 적어도 수익성면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제작비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의 영화는 배우들이 무료 출연하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세트나 특수효과 등이 쓰일 일도 없다. 영화 관계자는 도리어 “선방했다”고 표현했다. “(홍 감독의 전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4만명이 들었다. <하하하>가 5만명을 넘은 건 칸영화제 덕분이다.” 지난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실적이 고현정이라는 톱스타가 출연했는데도 나온 결과임을 고려하면 <하하하>에서 늘어난 1만여명은 칸 효과인 셈이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칸에서 울었지만 한국에선 활짝 웃었다. 46억원을 들여 만든 <하녀>는 23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포화 속으로>가 추격중이지만 <의형제> <전우치> <하모니> <방자전>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 흥행 5위의 성적이다. 손익분기점이 170만명이어서 수익을 냈다. 홍보의 힘이 무엇보다 컸다. 우선 김기영 감독이 연출한 <하녀>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이 화제가 됐고, 칸에 갔다는 사실이 국내 홍보에 힘이 됐다. 여기에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예고되면서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개봉 초기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올해 ‘칸 영화제’ 진출 세 작품 흥행성적
영화 〈하하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