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코와 마법 동화책>
입체동화책 같은 ‘파코와 마법…’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특유의 상상력 돋보여
“만약 죽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다면 그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있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은 죽은 것이다.”
<파코와 마법 동화책>은 하루밖에 기억할 수 없는 소녀와 그의 마음속에 남으려고 하는 노인의 이야기다. 파코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후유증으로 뇌를 다친 아이. 시골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는 매일 벤치에 앉아 <개구리왕자와 가재마왕>이란 동화를 읽는다.
어느 날 고집쟁이 노인 오누키가 벤치에 라이터를 떨어뜨리는데 그것을 주워 돌려주는 소녀를 도둑으로 몰아 때린다. 나중에 소녀의 슬픈 사정을 알게 된 오누키는 파코한테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개구리왕자와 가재마왕’이란 연극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은 모두 병원 직원과 입원 환자들. 큰 회사의 회장이었지만 지금은 “당신이 나를 아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며 호통을 치는 노인 오누키, 그의 유산을 노리는 조카 부부, 어리바리한 의사와 조폭 같은 간호사, 그리고 옛 아이돌 배우 무로마치, 겁쟁이 소방수, 원숭이 총알에 맞은 조폭 등등.
영화는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톡톡 튀는 영상과 특유한 세계관을 내보였던 나카시마 데쓰야가 감독이다. 천재 감독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파코와 마법 동화책>은 고토 히로히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극중극이란 이야기의 구조를 빌려와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판타지를 펼친다.
싸구려 의상, 조잡한 분장의 등장인물은 피터팬, 후크선장, 팅커벨, 흡혈귀 등 영화, 동화, 전설 등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극중극으로 넘어가 동화 속 개구리왕자, 가재마왕, 물매미 등의 역을 하면서는 과장된 연기가 마치 유치원 학예회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것. 소녀 파코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연극을 하지만 스스로 동화 속으로 빠져들어 각각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는 설정이다.
입체동화책을 펼치면 그것이 현실로 바뀌고, 동화 속 인물을 연기하면 그것이 3디애니메이션으로 바뀌는 등 영화는 시종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야쿠쇼 고지, 쓰마부키 사토시, 가세 료, 쓰치야 안나, 아베 사다오 등 내로라는 배우들이 과장된 분장으로 신분을 숨긴 채 연기만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에 도전한다. 22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사진 스폰지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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