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인셉션’
겹겹의 꿈·의식과 무의식의 전쟁 ‘아슬아슬’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색다른 ‘스펙터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색다른 ‘스펙터클’
새 영화 ‘인셉션’
남의 꿈에 몰래 들어가 아이디어를 엿보거나 훔칠 수 있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일정한 생각을 심을 수 있다면?
새 영화 <인셉션>은 이러한 일이 현실화한 미래의 어느 날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생각을 훔치는 전문가로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떠도는 중이다. 그는 한 일본 기업가로부터 동종 재벌기업 후계자의 머리에 생각을 심어 기업합병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대가는 누명을 벗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생각을 심는다’는 뜻의 <인셉션>은 스펙터클한 영상미나 상상의 즐거움이 같은 감독의 작품 <다크 나이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코브는 꿈 설계자인 천재소녀 아리아드네(엘런 페이지), 세부 설계자 아서(조지프 고든레빗), 표적을 속이는 사람 임스(톰 하디), 특수약물 제조자 유서프(딜립 라오) 등으로 ‘드림팀’을 꾸려 의뢰인 사이토(켄 와타나베)와 함께 표적인 재벌 2세(킬리언 머피)의 꿈속으로 침투한다. 여럿이 꿈을 공유할 수 있는 ‘드림머신’을 이용해서다. 문제는 이를 눈치챈 표적의 무의식이 이들의 작전을 무산시키기 위해 반격에 나서고 여기에다 주인공 코브의 무의식이 끼어들면서 애초 설계가 엉클어져 동행한 의뢰인 사이토가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게 된 것.
영화의 실마리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16살 적 아이디어. 꿈에서는 생각만으로도 도시를 지을 수도 있고 세계를 바꿀 수도 있으며 법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 10년 전부터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다듬어 25년 만에 완성하고 보니 바로 화제작이다. 그런 만큼 영화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나올 법한 개념들로 가득하다. 현실인지 꿈속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도구 ‘토템’, 꿈을 공유하다가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기억만이 가라앉은 곳 ‘림보’, 꿈에서 강제로 깨어나게 하는 강한 충격 ‘킥’ 등.
사이토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사이토는 원상복구하지만, 일행은 의뢰받은 인셉션을 완수할 수 없게 되는 딜레마에 놓인다. 코브는 상황을 되돌리는 동시에 계획한 인셉션을 위해 일행 중 한 명씩을 1, 2, 3차 꿈속에 남겨두면서 4차 꿈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재밌기는 꿈의 꿈으로 들어갈수록 시간이 20배씩 늘여진다는 것. 1차 꿈에서 10초라면 2차는 3분, 3차는 1시간이 된다. 일행의 심층 이동에 따라 카메라는 1차 꿈인 자동차 안, 2차 꿈인 호텔, 3차 꿈인 산장 등으로 옮아가면서 상황은 느긋해진다. 하지만 1, 2, 3차 꿈들의 시한이 째깍째깍 수렴하면서 관객은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또한 아래층 꿈으로 이동할수록 꿈속의 현실은 초현실적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1차에서 자동차가 구르면 2차 꿈의 호텔 복도가 회전하고, 자동차가 추락하면 2차에서는 무중력 상태가 되는 것 따위다. 꿈, ‘꿈’ 속의 꿈, ‘꿈 속의 꿈’ 속의 꿈을 만들어내기가 어디 수월하겠는가. 그로 인해 스토리가 진전될수록 상황은 난도가 높아지면서 촬영진이나 배우들은 죽을 맛이지만 관객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만일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꿈을 현실로 착각하고 살다가 죽어서야 꿈에서 벗어나면서 그게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 치매 또는 식물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면 장자가 말하는 ‘나비의 꿈’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영화를 본 것인지, 영화에 침잠했던 내가 진짜 나인지 헷갈리는…. 가끔은 돌아볼 일이다. 삶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한낱 오락영화로 넘기기엔 함의가 넓고 깊다. 2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새 영화 ‘인셉션’
영화를 보고 나면 장자가 말하는 ‘나비의 꿈’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영화를 본 것인지, 영화에 침잠했던 내가 진짜 나인지 헷갈리는…. 가끔은 돌아볼 일이다. 삶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한낱 오락영화로 넘기기엔 함의가 넓고 깊다. 2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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