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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저 친구가 개라고? 인간이여, 인간!”

등록 2010-07-18 21:24수정 2010-07-19 11:16

‘마음이 2’ 주연 ‘달이’
‘마음이 2’ 주연 ‘달이’
‘마음이 2’ 주연 ‘달이’
대화로 상황연출, 내면연기 이끌어
개런티는 성동일보다 많은 5천만원
4년 전 영화 <마음이>에서 부모한테 버림받은 소년과의 우정을 연기했던 견공이 두번째 영화 <마음이 2>에 출연해 액션은 물론 그 어렵다는 눈빛, 표정으로 모성애를 연기해 화제다. 영화의 얼개는 간단하다. 훔친 다이아몬드를 박제동물의 눈에 박아 해외로 빼돌리려는 도둑 형제(성동일, 김정태)가 박제용으로 쓰려고 강아지를 훔쳐 달아난다. 얼결에 새끼를 잃은 ‘마음이’는 그들을 쫓아가 새끼를 구출함은 물론 다이아몬드까지 삼킨 채 달아난다. 새끼를 인질로 다이아몬드를 삼킨 마음이를 생포하려는 형제와 그들을 골탕먹이는 마음이와의 슬랩스틱 코미디다.

“저건 똥개가 아냐. 인간이여, 인간!” 마음이와 코믹한 대결을 펼치는 형 도둑(성동일)이 하는 말이다. 그것은 영화 속 마음이가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를 연기한 견공한테 맞는 말이다. 인간 찜쪄먹는 저놈은 도대체 뭐야? 견공을 인터뷰할 능력은 없고 <마음이 2> 이정철 감독과 견공의 주인 김종권씨(‘김 소장’으로 통칭)를 통해 놈의 정체와 내막을 알아봤다.

8살 견공이 도둑 골리는 슬랩스틱
눈빛·표정 생생한 ‘진품 모성연기’

이름은 달이. 영국이 원산지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암컷으로 올해 나이 8살. 평균 수명 13년이라니 사람으로 치면 50살쯤 된다. 2002년 생후 여섯 달 만에 훈련정도를 겨루는 가정견훈련대회에서 최연소로 3위 입상한 이래 내리 3회 1등을 하면서 챔피언이 되었고 품종의 우수성을 겨루는 도그쇼에 출전해 역시 3년 내리 우승하면서 챔피언이 되었다. 두 대회 모두 챔프를 먹은 개는 ‘달이’가 유일하단다. 능력을 썩이는 걸 아까워하던 차에 영화사에서 출연 제의가 와 2006년 <마음이>로써 국내 최초로 견공배우가 됐다. 관객 121만명이니 데뷔작은 성공한 셈.

첫 의문. 무작위로 많이 찍어 상황에 맞는 것만 골라 편집하는 건 아닐까? “천만의 말씀. 모두 맞춤연기예요. 달리고 멈추고는 기본이구요. 무엇인가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연기는 일품이에요. 슬프다, 기쁘다, 화났다 등 인간과 흡사한 감정표현이 가능하더라니까요, 글쎄.”(이 감독)


영화 ‘마음이 2’
영화 ‘마음이 2’
시나리오가 나오고 나서 이 감독은 일주일에 2~3일쯤 훈련소를 찾아가 달이·김 소장과 함께 머물며 연기지도를 했다. 이 감독이 사람의 말로 김 소장한테 주문하면 김 소장이 개의 언어로 번역해 의사를 전달하는 식이다. 달이가 알아듣는 말은 70~80개. 15개가 끽인 보통 개에 비하면 엄청나게 영특한 셈이다. 다섯 달 걸려 필요한 연기를 모두 갖췄다.

촬영장에서는 첫번째 시도에 공을 들였다. 인간배우는 3~5차례 반복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고를 수 있지만 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보통 집중력이 10분 정도. 그 이상이면 쉬었다가 다시 해야 하는데 첫번째가 가장 좋았단다. 그래서 동선, 조명, 카메라 등 준비를 완벽하게 한 뒤 견공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달이는 촬영 2회차부터는 현장에 적응했다. “빈둥거리다가도 슬레이트를 치면 연기를 시작하고, ‘컷, 다시 가죠’ 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더라”고 이 감독은 전했다.

애초 애드리브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콘티에 없던 것을 감독이 요구하면 현장에서 즉석훈련을 거쳐 소화했다. 다른 개는 10여 차례 반복해야 하지만 달이는 두세 번이면 가능하기 때문. 바닥에 깔린 표창을 널빤지로 밀어내며 돌파하는 것이나 나무토막을 물어와 덫에 던져 미끼로 둔 소시지를 먹는 장면이 이에 해당한다.


“촬영 날이면 평소 먹이의 3분의 1만 줘요. 나머지는 현장에서 연기를 잘하면 보상으로 조금씩 나눠주죠. 사람이나 개나 배가 부르면 집중력이 떨어지잖아요.”(김 소장)

달이는 정말 슬픔, 기쁨, 분노 등을 느끼고 연기하는 걸까? “대화로써 상황을 연출합니다. 예를 들면 슬픔은 ‘촬영 힘들지? 엄마한테 갈까? 오빠 보러 갈까?’ 하고 말을 걸죠. 그러면 귀를 뒤로 제끼고 눈빛이 흐려지면서 슬픈 표정이 나옵니다.”(김 소장)

달이의 모성애는 유별나다는 게 김 소장의 말. 먹이가 세 덩이면 두 덩이는 제가 먹고 한 덩이는 새끼가 먹도록 한다. 새끼가 아주 어려서는 먹이를 먹은 다음 적당히 소화시킨 뒤 토해서 먹이더라는 것. 이런 모성애가 있어 이번 영화에서 배다른 새끼 ‘장군이’와의 협연이 가능했다고 한다.

“<베토벤>이나 <벤지>에서 보이는 견공의 연기는 걷고 달리고 짖고 등 단순 동작이었어요. 달이는 안타까움, 슬픔 등 사람처럼 내면연기를 한 거죠.”(이 감독)

달이의 개런티는 인간 주연배우 성동일씨보다 조금 더 많은 5천만원. 벌써 1억을 벌었다. 바닥에 카펫을 깐 전용차 스타렉스도 있다. 운전사는 김 소장. ‘혹시 팔 생각은 없냐?’는 짓궂은 질문에 답 왈. “에이 무슨 말씀. 평생 데리고 살 거예요.” 벌써 김 소장과 이 감독 사이에 3편을 찍자는 말이 오갔단다. 달이는 쏙 빼고. 22일 개봉 예정.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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