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온 원작자 도미노 감독
“전세계 통할 메시지 만들어야”
“전세계 통할 메시지 만들어야”
아들이 어른이 되면 아버지는 노인이 되는 법. 건담을 탄생시킨 도미노 요시유키(69·사진) 감독 역시 이제 고희를 바라본다.
1979년 만화영화 <기동전사 건담>을 세상에 내놓은 지 벌써 31년이다. 언제나처럼 검은 옷을 차려입고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나타난 도미노 감독을 지난 16일 오후 만났다. 그는 종잡을 수 없이 솔직하고 한편으론 장난기 어린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제 저를 원작자로 인정한다고 믿어도 되겠죠?” 건담에 대한 질문을 쏟아놓자, 그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자신이 최초로 건담 스토리를 제안했지만 건담의 저작권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나눠 보유하는 데 대한 불만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 그러면서도 “나 혼자 건담 만화영화를 완성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에 스태프 중 한명인 제가 원작자로만 인정받는다면 권리는 없어도 된다는 각오였다”고 덧붙였다.
30여년을 이어온 건담의 인기 비결에 대해 그는 여성팬 덕분이라는 뜻밖의 해석을 내놨다. “건담과 관련해 처음 생긴 팬들은 초중고 여자 아이들이었어요. 그러다 건담 프라모델이 만들어지면서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생겨나죠. 그러면서 다소 폭이 좁아진 듯도 합니다.”
전세계 수많은 건담 마니아를 거느린 그는 ‘오타쿠’라는 말에 대해서도 비꼬았다. “일본에서는 오타쿠라는 말까지 만들어져서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일을) 특별한 일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 그러나 건담 역사 30여년이 지나며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이런 인식 변화는 반가운 일일 텐데 그는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의 <강대국의 흥망>을 인용하며 “애니메이션 추락의 징후”라고 선언했다. “케네디 교수는 모든 국가의 쇠퇴 원인은 가장 융성했던 시기에 존재한다고 말했거든요. 요즘엔 애니메이션 산업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애니메이션은 완숙기라는 거고, 그렇다면 쇠퇴밖에 없는 거죠. 제가 여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인터뷰 대상이 되어) 있는 것도 추락의 징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일본이 애니메이션 대국이라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내놓는 콘셉트에 의해 세계인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면 몰라도, 그 정도로 애니메이션이 매체력을 갖고 있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광하니까 일본이 그렇게 보이지.”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는 사회풍속적, 문화적 영향력을 거론했다.
“최근 유럽과 남미 쪽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사실 구미 사람들이 보기에 일본처럼 전날 저녁 먹었던 반찬을 도시락에 싸는 건 경악할 만한 일인데도 그렇다는 거죠. 또 일본 여중생 교복 패션이 유행할 징조도 보인다고 하고요. 이런 영향이 계속 확대되려면 일반적으로 선호될 만한 콘셉트를 제공해야 하는 거겠죠. 창의성을 발달시켜야 가능한 일이고요. 일본만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가 이런 국제적으로 통할 메시지를 주는 데 노력해야 애니메이션 융성이 가능해 질 겁니다.” 종잡기 힘든 상상력을 몸소 보여주는 도미노 감독의 최초 건담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1~3편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1~3편 등은 25일까지 열리는 부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부천/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이런 인식 변화는 반가운 일일 텐데 그는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의 <강대국의 흥망>을 인용하며 “애니메이션 추락의 징후”라고 선언했다. “케네디 교수는 모든 국가의 쇠퇴 원인은 가장 융성했던 시기에 존재한다고 말했거든요. 요즘엔 애니메이션 산업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애니메이션은 완숙기라는 거고, 그렇다면 쇠퇴밖에 없는 거죠. 제가 여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인터뷰 대상이 되어) 있는 것도 추락의 징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일본이 애니메이션 대국이라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내놓는 콘셉트에 의해 세계인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면 몰라도, 그 정도로 애니메이션이 매체력을 갖고 있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광하니까 일본이 그렇게 보이지.”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는 사회풍속적, 문화적 영향력을 거론했다.
“최근 유럽과 남미 쪽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사실 구미 사람들이 보기에 일본처럼 전날 저녁 먹었던 반찬을 도시락에 싸는 건 경악할 만한 일인데도 그렇다는 거죠. 또 일본 여중생 교복 패션이 유행할 징조도 보인다고 하고요. 이런 영향이 계속 확대되려면 일반적으로 선호될 만한 콘셉트를 제공해야 하는 거겠죠. 창의성을 발달시켜야 가능한 일이고요. 일본만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가 이런 국제적으로 통할 메시지를 주는 데 노력해야 애니메이션 융성이 가능해 질 겁니다.” 종잡기 힘든 상상력을 몸소 보여주는 도미노 감독의 최초 건담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1~3편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1~3편 등은 25일까지 열리는 부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부천/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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