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일상 짓밟는 권력에 대한 분노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영화로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영화로
‘골든 슬럼버’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작품성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300관 이상에서 개봉했다. 텔레비전 방송국을 제작에서 배제하고 만든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다.”
8월 말 개봉 예정인 스릴러 영화 <골든 슬럼버>가 먼저 선보이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참석차 한국에 온 일본의 신예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40)에게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18일 부천에서 만난 그는 일본에서는 방송국을 끼지 않고 흥행에 성공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원작자 이사카 고타로는 워낙 인기가 많아 집필단계부터 영화사들이 달려든다. 이번 작품은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작가가 결정을 미루고 있었고 그때 마침 내가 하던 일을 마쳐 기회가 왔다.” <골든 슬럼버>는 일본에서 300만부 이상이 팔렸고 한국에서도 번역돼 34만부가 판매됐다.
그가 이사카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피쉬스토리>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지금까지 영화화된 이사카의 작품이 여덟 작품 중 절반 가까이가 그의 몫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사카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 기발한 상상력과 정교한 구성, 재치 넘치는 대화로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중력 피에로> <칠드런> <그래스호퍼> <사신치바> 등이 대표작. 나카무라 감독과 작가 이사카(39)는 한살 차이의 또래다. “<골든 슬럼버>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구조다. 보이지 않으면서 언론과 합작해 우리의 일상을 일그러뜨리는 권력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이사카의 작품들은 테마나 플롯을 따로 재구성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실제로 영화는 한두 장면을 빼고는 원작과 빼닮았다.
영화는 새 총리가 취임 퍼레이드 중 암살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배달원 아오야기는 경찰과 언론에 의해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돼 추격 당한다. 몇 해 전 아이돌 연예인을 강도한테서 구출한 적이 있어 ‘영웅에서 암살범으로 추락했다’는 표제로 언론과 경찰의 입맛에 딱 맞았던 것. 하지만 그의 도망을 돕는 비밀스런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누명의 배경이 드러나고, 첫사랑 이야기, 전통적인 불꽃놀이 등이 버무려져 진한 감동을 전한다. “젊은 세대들은 폭력, 살인이 주류인 가상게임을 좋아한다.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작품은 형식은 스릴러지만 내용은 인간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젊은이들한테 삶이란 모니터상의 게임이 아니라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한국 감독 중 봉준호를 가장 좋아한다면서 <집오리와 들오리의…>를 찍을 때는 <살인의 추억>을 보았고 이번 영화를 찍을 때는 <괴물>을 보았다고 했다. ‘일본의 봉준호’라고 소개하면 어떤가라는 제안에, 봉준호의 팬들이 싫어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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