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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두 중환자의 ‘죽기살기’ 레이스

등록 2010-08-10 17:45

새영화 ‘죽이고 싶은’
새영화 ‘죽이고 싶은’
천호진·유해진 주연
새영화 ‘죽이고 싶은’
새 영화 <죽이고 싶은>은 작은 영화여서 빛난다. 그 중심에 ‘진’ 브러더스 즉 천호진-유해진이 있다. 이들이 작은 병실에서 펼치는 수작은 한편의 잘 짜인 연극을 보는 듯하다.

때는 1984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년째. OB 베어스 박철순, 삼성 라이온즈 이만수, MBC 청룡 김재박, 해태 타이거즈 김봉연,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 등 스타들이 떨치던 시절. 인터넷이나 핸드폰이 없었던 만큼 텔레비전 있는 데마다 사람들이 꼬였다.

장소는 부산의 어느 병원 2인용 입원실. 반신불수 환자 민호(천호진)는 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던 그가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데다 전신마비인 환자 상업(유해진)이 옆 침대에 오면서 180도 바뀐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녀석을 죽이겠다는 것.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겁탈하고 살해한 놈이기 때문이다. 민호가 시시탐탐 공격을 퍼붓지만 상업은 고비를 잘 넘김은 물론 민호보다 빠르게 회복해간다. 어느 날 병세를 은근히 떠보는 민호한테 상업은 “네 놈을 잘 알지. 내 사랑하는 여인을 겁탈하고 죽인 놈”이라며 눈을 부라린다. 이번에는 관계가 역전돼 상업이 적개심에 타올라 회복이 느린 민호를 죽일 듯이 달려든다. 어라? 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들은 간호사의 눈을 피해 낮에는 서로를 공격하고 밤에는 혹시 상대의 습격을 당할까 두려워 뜬눈으로 지새운다. 이들이 번갈아 공방을 벌이는 동안 복도 휴게실에서는 프로야구 경기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입원환자들과 병원 직원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병실 밖에서 가짜 죽기살기 공방이 펼쳐지는 반면 병실 안에서는 진짜 죽기살기 공방이 벌어지는 것.

이들의 죽기살기 공방이란 효자손, 젤리뽀, 비누를 넣은 스타킹, 분무기 등 병원소품을 이용한 활극. 두 배우의 중년 나잇대와 이들의 유치찬란한 행태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면서 유쾌한 웃음을 부른다. 웃음을 꾹 누른 듯한 슬랩스틱 코미디는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긴장을 더하면서 스릴러로 색깔을 바꾼다. 이 단계에서 배우와 주인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인지 헷갈리면서 관객들까지 레이스에 가세하게 되어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두 배우의 연기분량은 전체의 90%. 좁은 병실에서 신경전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음울한 속내를 보여야 하는 만큼 표정 하나, 동작 하나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유해진은 프로야구 선수이름을 줄줄이 꿰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게는 잘 모른다고 했다. 한해 보통 세 편을 찍는다니 그 후유증일까. 그는 한꺼번에 던지는 두 질문을 다 기억하지 못했다. 천생 배우인 두 사람 배후에 신인 공동감독이 있다. 조원희, 김상화씨. 대학 선후배 사이로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함께 연출을 했다. 이들은 부산을 고향으로 둔 야구광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열혈팬이기도 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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